“사자가 탈출했어요! ”깜놀한 관람객 알고보니… [세상&]

서울대공원 2015년 부터 두 차례 ‘동물 탈출 모의 훈련’
80명 이상 동원돼 실제 같이 훈련…경찰도 협조
‘사자탈’ 쓴 직원 쫓아 추적조·마취반·포획반 출동


배회하는 사자(사자탈을 쓴 직원). [서울대공원 제공, 신동윤 기자 재가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현재 ‘탈출 사자’는 사자사(우리) 깨진 관람창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확인되고, 추가 동물 탈출 예방 조치 및 재입사 준비 완료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10분께. 서울대공원 제3AF관인근. 동물원 직원들이 긴급히 움직이고 있다. 유인원관과 제2AF관, 대동물관 등 전 사의 직원들이 안전모를 쓰고 경광봉을 소지한 채 관람객들을 안내했다.

이어 무선에서 “동물사 주변 관람객 대피 완료했다”며 “대형버스를 통한 격외지 관람객 탑승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탈출한 사자를 목격한 ‘운 좋은’ 관람객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서울대공원이 진행한 ‘동물탈출 모의 훈련’의 한 장면이다. 대공원 직원 80여명이 동원되고 경찰의 협조 아래 진행되는 진짜 훈련이다. 다만 사자 역할은 ‘사자 탈’을 쓴 동물원 직원이 맡는다. 아래는 서울대공원의 ‘2024년 하반기 동물탈출 훈련 시나리오’를 재구성한 것이다.

동물탈출 모의훈련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과천경찰서 경찰 차량. [서울대공원 제공]


오후 2시 1분. 훈련은 최초목격자의 신고로 시작됐다. “훈련상황입니다. 훈련상황입니다. 제3AF관입니다. 사자가 탈출했습니다. 지금 사자 한 마리가 탈출한 듯합니다. 제3AF관 부근에 있습니다.” 신고 내용은 곧바로 ‘고객도움센터’에 알려졌다. 동물원 곳곳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긴급 상황이 전파됐다.

“훈련상황입니다. 훈련상황입니다. 서울대공원에서 관람객 및 전 직원에게 알려드립니다. 현재 동물 탈출로 인하여 위험하오니 저희 직원 안내에 따라 가까운 실내공간으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전 직원은 동물탈출 대응 매뉴얼에 따라 소관 임무를 실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근 경찰서와 소방서에도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와 동시에 사자 추적이 시작됐다.

“현재 탈출 사자 낙타사(우리) 방향 이동 중입니다.”

동물원 직원들이 CCTV를 통해 사자의 동선을 확인해 보고하자 추적팀이 가동됐다. 관람객들의 실내 대피가 완료된 후다.

포획되는 사자(사자탈을 쓴 직원). [서울대공원 제공]


“추적A조입니다. 유인원관 부근에서 동물추적 시작하겠습니다.”

유인원관 제2AF관, 코풀소 매점 각 장소에서 추적조가 가동됐다. 마취총과, 마취제 등을 실은 마취차량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전모와 방패 그물을 지참한 포획반도 버스를 통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탈출한 사자는 낙타관 인근에서 배회중이었다. 레서판다우리와 유인권관, 황새마을 길목이 차단됐다. 사자의 추가 이동을 막기 위해서다.

“탈출 사자 이동 경로 차단 상태입니다. 현재 관람객 대피 완료 및 울타리 밖 탈출 가능성이 낮으므로 탈출 사자 마취 후 포획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취반은 배회하는 사자의 뒤로 접근했다. 마취총을 쏘는 시늉을 하자 ‘탈쓴 사자’는 쓰러졌다. 곧이어 포획조가 그물을 던졌다. 곧이어 사자의 앞뒷발이 묶였다. 재갈도 입에 물렸다.

결국 마취된 차가 사자가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훈련은 40분만에 종료됐다.

포획돼 이송되는 사자(사자탈을 쓴 직원). [서울대공원 제공]


이날 훈련은 동물들의 실제 탈출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한 훈련이다. 2015년 부터 상, 하반기 두 차례 진행해온 서울대공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등 동물의 탈출이 잇따르자 마련한 특단의 대책이다. 우리를 탈출한 동물들은 주택가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한다.

2004년 1월 28일 이곳 동물원에서 포천시 국립수목원으로 호송되던 늑대 1마리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상자를 물어뜯고 탈출하는 소동이 있었다. 2005년에는 아시아코끼리 6마리가 비둘기 떼를 보고 놀라 열려 있던 출입문을 통해 탈출했다.

이 중 3마리는 인근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2012년 흰코뿔소 가 내부 우리에서 빠져나와 맞은편 창고에서 난동을 부리다 결국 숨졌다. 2013년에는 방사 장에서 탈출한 수컷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습격하는 일도 있었다.

목과 척추를 물린 사육사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지만 사고 발생 보름 만에 숨졌다. 가장 최근인 2023년 3월에는 얼룩말 ‘세로’가 탈출해 약 3시간 가량 서울 광진구 구의동 및 자양동, 중곡동 주택가와 도로 등 일대를 활보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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