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외환위험액 증가 제한적 영향 분석
증권 총위험액 늘어 NCR에 부정적 영향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상승해 나흘 연속 1450원 선을 웃돌고 있다. 이날 환율은 오전 9시10분 현재 전날 종가 환율보다 0.9원 오른 1452.9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합] |
최근 환율 상승기에 금융기관들이 유동성과 자본적정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은행들의 경우 위험가중자산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4분기 대내외적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특히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0.5원 내린 1451.5원으로 출발했다. 4거래일째 1450원 선을 웃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와 같은 급격한 환율 상승은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력이나 유동성 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은행의 경우 환율 상승이 건전성과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총자본비율’이 떨어진다. 그나마 지난 3분기 말 기준 전체 위험가중자산에서 외화위험가중자산 비중(일반은행 기준)이 22.6%로, 직전 환율 급등기인 2022년 3분기 말(26.2%)보다 낮아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은행 유동성 지표 중 하나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외환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납부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한은에 따르면 은행들의 보수적 외화유동성 관리 등으로 하락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환율 상승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자산은 외화부채를 103억 달러(약 14조9700억원) 웃돌았다. 환율이 오르면 오히려 환평가 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은 환율 상승기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며 “국내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신용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회사의 경우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의 요구자본의 하나로 산출되는 외환위험액이 환율 상승 시 증가하게 된다. 다만, 헤지를 통해 위험경감을 반영할 수 있는 데다 외환위험액 비중이 작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들의 지급여력기준금액 중 외환위험액 비중은 약 6% 수준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환헤지 비용이 오르면서 추가 원화자금이 필요하거나 변동증거금 납입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험회사의 원화채권 보유 규모를 고려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망된다.
증권회사도 환율이 오르면 외환위험액과 외화자산 관련 신용위험액 등 총위험액이 늘면서 자본적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총위험액에서 두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총위험액 중 외환위험액의 비중은 3% 안팎이다. 이에 더해 증권사의 외화 자산이 외화 부채보다 많은 상황이라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용순자본이 오르면서 총위험액 증가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원화증권을 담보로 한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 매도 거래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추가 담보 납입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유동성이 높은 자산 보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유동성 부담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했다.
자산운용회사의 펀드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환율 상승이 주로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산운용회사는 환헤지를 갱신하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원화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증거금 추가 지급의무가 없기 때문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외국환 포지션(보유 중인 외화의 상태)이 매도초과 상태라 환율 상승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그 규모가 작아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신전문금융사들은 대부분 외화부채를 통화스왑 등을 통해 헤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대체로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 자금수요와 환율 급등이 맞물릴 경우 일부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급등 시 자금 수요가 단기에 집중되지 않도록 외환스왑 만기 장기화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