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에 삐걱 한미관계 ‘일단 수습’…“한미동맹 굳건”

김홍균·커트 캠벨, 한미 외교차관회담 “北 도발 대비”
계엄 ‘심한 오판’ 비판 캠벨 “韓, 도전적 시기 잘되길”
韓 비상계엄 여파 여전·美 정권교체기 속 험로 불가피


김동현 특파원 =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문혜현 기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속 삐걱거렸던 한미관계가 일단 수습 단계로 돌아섰다.

한미는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의 23일(현지시간) 외교차관회담에서 비상계엄 사태로 연기된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이 향후 한미 고위급 교류 일정을 협의했다며 그간 연기된 주요 한미 외교·안보 일정을 완전히 재개해 가능한 신속하고 상호 편리한 시점에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비롯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을 연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국 내 복잡한 사정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특히 캠벨 부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겨냥해 ‘심한 오판’, ‘매우 불법적’, ‘매우 문제적’이라는 비외교적 수사까지 동원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후 한국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의안을 가결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로 전환되자 한 대행의 과도적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멈췄던 한미 간 외교·안보 일정도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캠벨 부장관은 이날 김 차관과 회담 전 공개발언에서 한미 NCG 회의가 조 바이든 행정부 내 재개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미관계에서 핵심적 메커니즘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NCG 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다만 한국 내 비상계엄 사태 여파와 탄핵정국이 지속되고 미국도 정권교체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만큼 얼마나 내실 있는 협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은 한국 내 정치상황을 비롯해 한미동맹, 북한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 차관은 한 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정치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와 신뢰에 감사하다”면서 “한 대행 체제 아래에서 정부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헌법과 법치에 의한 민주적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캠벨 부장관은 미국은 한 대행의 리더십과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굳건한 지지와 철통같은 방위공약에는 어떤 변화도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강한 신뢰, 한국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는 도전적 시기에 한국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은 또 북한이 현 상황을 오판해 다양한 도발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사상자 발생이 확인된 상황에서 북러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 강화하기로 했다.

김 차관은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미동맹 발전은 물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의 중요성이 차기 행정부에도 잘 인수인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캠벨 부장관은 “차기 행정부에서도 한미 공동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전달할 것”이라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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