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사회 이사 수 19명 제한을 추진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소액주주 권한 및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안건을 임시주총에 올리기로 의결했다.
여기에는 이사회 이사 수 19명 상한 등 안건이 포함됐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이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소수 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 분할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MBK파트너스 제공] |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달 유상증자 철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도 임시주총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특히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대해 ‘불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권고하는 상장 기업의 적정 이사 수 ‘20명 미만’과 ISS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사 수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가 총 13명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영풍·MBK 연합 측이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한 데 대한 방어장치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제안한 후보자가 모두 선임되면 이사회 멤버가 총 27명으로 늘어나면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이사회’가 구성될 수 있다”며 “임시주총 안건으로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하는 ‘이사 수 상한 규정’을 정관에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
고려아연은 아울러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외국인 및 재무 전문가, 위기관리 전문가 등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고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로 한 안건도 임시주총에 올렸다. 사외이사 2명이 참여하는 대표이사 자문기구로 운영되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상법상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인 ‘ESG위원회’로 승격하는 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 분할 안건도 확정했다. 분기배당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간배당에 더해 3월과 6월, 9월 말일을 기점으로 분기배당을 시행하는 것이다.
발행 주식의 액면 분할 안건은 최근 고려아연 주가와 거래량 부족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영풍·MBK 연합이 제안했다. 앞서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14명 이사 선임 안건도 모두 상정된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회사와 주주에게 도움 되는 것이라면 어떠한 안건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