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펜데믹 이후 최대
내수 위축에 물가 전망도 상승
비상 계엄 여파로 소비자심리가 16년 2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말 특수는 커녕 내수가 급격하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사진은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 하락폭이 펜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달까지 소비자 기대심리는 가까스로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기준점(100)을 지키다 12월 들어 비관적으로 급전환됐다. 내수심리가 급속도로 얼어 붙고 환율까지 급등한 영향으로 물가 상승 전망치도 높아졌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11월 1포인트 하락에 이어 2개월 연속 소비자심리가 위축했다.
이는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만에 최저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11월 까지는 100.7을 기록했으나 이번 하락으로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에서 12포인트 이상 하회하며 공식적인 경기 비관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 정치적 리스크 확대 여파로 풀이된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심리지수는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른 소비자심리 위축,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와 수출 둔화 우려 그리고 내수 부진도 이제 시작이 되고 있어서 불확실성 요인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말 특수를 누려야 할 내수 심리가 크게 위축했다.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2로 7포인트나 하락했다. 여행비(-8포인트), 외식비(-6포인트) 등 대면소비 타격이 컸고, 내구재(-3포인트)도 일부 감소했다.
이밖에도 현재경기판단CSI(52) 및 향후경기전망CSI(56)가 전월대비 모두 18포인트 하락했고, 취업기회전망CSI(65)도 14포인트 떨어졌다.
지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해온 주택가격전망CSI도 12월 103을 기록하며 6포인트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계엄은 기대인플레이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높아지고, 이에 수입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지난달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3년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7%로 전월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5년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았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상승률 1%대 유지에도 환율 급등, 공공요금 인상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