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기자간담회.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초대형 오페라’로 주목받은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이하 ‘투란도트’) 파행이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제작사 측과 연출가 측이 서로의 입장에 반박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 측이 ”제작사 측이 특정 연출을 강요하고 계약금 지급도 하지 않았다“며 개막 당일 오페라 하차를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투란도트’ 연출을 맡았던 다비데 리버모어의 어시스턴트인 카를로 샤칼루가는 24일 한국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 “리허설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 (제작사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합의한 대로 첫 리허설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샤칼루가는 특히 “리허설이 끝날 때 개런티를 지급받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지만, 그 시점에도, 그 이후 며칠 동안에도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작진과 프로젝트에 대한 선의와 신뢰의 표시로 첫 리허설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샤칼루가는 “하지만 대금 지급이 계속 지연되고 명백한 계약 위반에 직면하자 저는 더 이상 리허설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샤칼루가는 제작을 맡은 박현준 총예술감독의 제작팀이 “우리의 동의 없이 예술적 결정을 내렸다”면서 “제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연출팀과 상의 없이 알리익스프레스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십벌의 의상이 구매되고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 제작사인 ‘2024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는 앞서 샤칼루가가 제작사가 제공한 항공권으로 입국했으나 “한 달간 연습을 약속하고 단 한 시간도 참석하거나 연출 관련 업무를 하지 않고, 개런티 전액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 측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샤칼루가의 주장에 대해 “첫날 잠깐 한 시간 왔고, 그다음부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계속 개런티를 달라고 요구했다”며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여러 명이 입는 옷 중 우리나라에서 제작하기 힘든 것들을 몇 개 구입했다. 그것은 주인공의 의상이 아니다. 연기자나 합창단의 의상, 소도구, 대도구 같은 것들은 한국에서 제작 못 한다. 리버모어가 연출에 1%도 관여를 안 했고 그들이 연출자가 아닌데 동의를 왜 받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앞서 리버모어 연출가는 이번 ‘투란도트’에 대해 “제작진이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을 강요했고, 박 감독이 합의된 계약상의 지급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작사 측은 이에 대해 2003년 공연한상암 투란도트 버전으로 준비하기를 요구했으나, 그들은 제작진의 의도를 듣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연출하려 했다고 주장, “제작진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인데 상식에서 굉장히 벗어난 행동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