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준용, 헌재 재량권으로 진행
“탄핵 심판, 신속 재판 의지 드러낸 것”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지연 우려에 선을 그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변론준비기일에 윤 대통령이 불출석해도 재판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임세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문서 송달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고 예정된 탄핵 심판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 윤 대통령 측의 ‘지연 전략’에 단호히 선을 긋고 신속 재판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변론준비기일도 윤 대통령의 불참과 상관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24일 오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27일에 윤 대통령 측이 불참하면 변론준비기일이 연기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수명재판관들이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법에 의하면 종료하도록 되어있지만 속행하는게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에 따르면 공판준비절차는 검사·변호사 또는 소환받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종료해야 하지만 ‘공판 준비를 계속해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라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27일로 예정된 1차 변론준비기일에 불참해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헌재 재량권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20일이 지났지만 아직 수사 변호인단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구성을 마치지 않은 상태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헌재의 탄핵 심판 서류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시간 끌기’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을 대변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너무 성급한 지적”이라며 “탄핵심판 절차에 충실히 임하려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절차를) 피하는 게 아니라 충실한 심판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지금 현재의 입장이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된 지 10일도 안 됐다”며 “간단한 내용이 아니라 10일 만에 (헌법재판소 탄핵 절차에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으로 윤 대통령이 오는 27일로 예정된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헌재에서 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준비기일은 국회 측의 대리인 불참으로 3분 만에 끝난 바 있다. 준비 절차를 주재하는 수명재판관인 김복형 재판관이 변론준비기일을 통지하고 출석을 알렸으나 국회 측이 불참한 바 있다.
헌재는 앞서 윤 대통령의 연이은 송달 거부에 확실히 선을 긋고 예정된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상태다. 헌재는 탄핵심판 청구서와 준비명령에 대한 송달 효력이 20일부터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오는 27일로 예정된 1차 변론준비기일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탄핵심판 청구서가 정상적으로 송달됐기 때문에 절차 진행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청구서에 대한 답변서를 27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준비명령과 함께 요청한 입증계획, 증거조사, 12·3 비상계엄 포고령, 12·3 당일 국무회의 회의록 등에 대해서는 24일까지 보내야 한다.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발송송달 결정은 헌재가 신속하게 탄핵 심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현재는 대통령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절차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궐위일 때는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반면 사고 상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무기한’으로 사고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궐위’는 대통령이 없다는 의미이며, ‘사고’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사망·사임·탄핵 등은 ‘궐위’로, 탄핵 소추로 인한 직무정지·와병 등을 ‘사고’로 판단해왔다. 박지영·안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