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스·마리떼 이어 마뗑킴도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마뗑킴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1층 모습. 전새날 기자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소비 위축으로 고전 중인 패션업계가 ‘외국인 쇼핑 1번지’인 서울 명동으로 집결하고 있다. 경기 부진과 기후변화 등으로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스’, ‘마뗑킴’ 등 국내 패션 브랜드는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일대에서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주력 상품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매장을 뜻한다.
마뗑킴은 8월 명동에 3층 규모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매장 3층에는 ‘드파운드’, ‘오아이오아이 컬렉션’, ‘유니폼 브릿지’, ‘로아주’ 등 하고하우스가 투자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도 만나볼 수 있다.
마뗑킴 바로 옆에는 이미스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매장이 자리 잡았다. 이미스는 지난해 12월, 마리떼는 올해 3월에 매장을 열었다. 모두 복층으로 이뤄진 플래그십 스토어다. 세 브랜드의 매장 간 거리는 약 30m에 불과하다. 쇼핑 동선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 관광객에게 수요가 높은 브랜드다. 마뗑킴과 2019년 레이어가 한국 판권을 확보해 재단장한 마리떼는 ‘3마(마뗑킴·마리떼·마르디 메르크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패션 브랜드의 명동 진출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회복 추세에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플래그십 매장의 매출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스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1층. 전새날 기자 |
이미스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새날 기자 |
패션업계는 내수 부진으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비상계엄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침체가 장기화할 양상도 보인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12.6p)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다.
기후변화도 국내 의류 수요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따뜻해진 겨울 날씨로 패딩이 안 팔리는 게 대표적인 현상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폭염과 늦더위가 길어지는 이상 기후까지 더해지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 패션 시장이 1~2%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마리떼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새날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전새날 기자 |
패션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접한 후 재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마뗑킴이 최근 대만과 홍콩, 마카오에 매장을 여는 등 패션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는 만큼, 외국인 충성고객 유치의 전초기지 역할까지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명동은 내국인 소비자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상권이 회복된 곳이다. 온라인 또는 국내 소비와 상관관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1년 1분기 50.1%를 기록했으나 올해 3분기 18.7%로 하락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같은 시기 50.3%에서 2.4%로 떨어졌다. 지난해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22년보다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공실률이 줄었던 명동이 주요 거리를 중심으로 이미스, 마리떼, 마뗑킴 등의 신규 매장이 들어섰다”며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상권을 공략해 효과적인 운영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