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저금리보다 센 비상계엄?”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더 크게 떨어지나 [머니뭐니]

12월 9일 원화가치 절하율 12% 기록
같은날 엔화(11.41%)보다 더 떨어져
1460원 뚫은 고환율에 역전 가능성↑


계엄 사태 여파로 12월 초 한 때 원화 가치가 일본 엔화보다도 더 많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1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달 중 원화 가치가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보다도 더 크게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서 커진 정치 불확실성이 일본 초저금리보다 통화가치 하락폭을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환율이 약 15년만에 1460원선까지 돌파했단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12월 9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절하율은 12.00%를 기록했다. 같은 날 엔화(11.41%)보다 0.6%포인트 가량 더 가치가 떨어졌다.

11월 15일(-9.60%)부터 12월 3일(-9.87%)까지 원화 절하율은 9%대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12월 3일 밤 계엄이 터지고 난 뒤엔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다음날인 4일(-10.33%) 절하율이 10%대로 올라섰고 9일까지 12%선까지 상승한 것이다. 엔화 절하율이 11월 29일부터 계속 -11%대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원화 가치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하면서 미국과 금리차가 4.25%포인트나 나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3.00%인 원화 가치 절하폭이 한 때 일본에 앞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만큼 국내 정치 리스크가 일본 초저금리보다 통화가치를 더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이에 우리나라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같이 움직인다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유독 더 악화하는 거라면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일본 국민소득을 추월한 주요 요인이 환율이었는데,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면 국민소득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전례 없는 원화 가치 폭락에 당국도 총력전에 나섰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확대하고, 외환당국·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한도를 증액하는 등 온갖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환율 상황은 좀처럼 안정되고 있지 않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장중 한 때 1465.3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09년 3월16일(1488.5원) 이후 15년만이다. 이날 1455.2원에 개장한 환율은 바로 상승으로 방향을 틀어 거세게 치솟았다. 계엄이 선포된 3일 밤 고가(1442.0원)보다도 더 높은 환율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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