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불확실성 고조…일자리로 한국경제 희망의 끈 봤다” [2024 헤럴드 일자리 대상]

박재완 심사위원장 심사평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진행된 ‘2024 헤럴드 일자리 대상’ 심사회의에서 심사위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상철(왼쪽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실장,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 박재완 심사위원장(한반도선진화재단 및 성균관대 이사장),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 정민호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 신창훈 헤럴드경제 편집국장 박해묵 기자



1993년 삼성 이건희 선대 회장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신(新)경영 선언’으로 도전과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기업들은 ‘제2의 신경영 선언’이 절실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비상계엄이 촉발한 엄중한 정국으로 인해 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환율이 급등했다. 얼어붙은 건설경기와 심각한 내수 부진에 더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미국 국익을 앞세울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올해 일자리 대상 심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경제에 관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대다수 기업이 어려움을 딛고 일자리 창출에 착실히 정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과 성과를 널리 알리는 ‘2024 헤럴드 일자리 대상’을 선정하게 돼 뜻깊다. 벌써 7회를 맞아 누적 수상기업만 60여 곳에 달한다.

헤럴드 일자리 대상 심사는 ▷고용 증가율 ▷고용증가량 ▷정규직 전환(사내 협력 노동자 직접고용 등)과 부문별로 ▷청년 신규 인력 채용 수 ▷ 여성 노동자 비율 ▷만 60세 이상 직원 비율 등 정량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 이와 함께 ▷청년·기술인재 양성 ▷여성 ▷스타트업 육성 ▷장애인 ▷시니어와 지역사회 ▷일과 생활 균형 ▷신성장 ▷문화콘텐츠 ▷K-방산 ▷디지털 인재 ▷친환경 등 개별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정성 평가도 곁들였다.

영예의 일자리 대상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LG CNS에 돌아갔다. KAI는 대졸 공개 채용과 고졸 생산직 채용을 확대해 청년 일자리를 늘렸다. 2022년부터 올해(11월 현재)까지 446명을 뽑았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신규 채용한 여성 비율이 18.6%로 재직자 중 여성 비율(8.1%)을 크게 웃도는 등 양성평등에도 힘썼다.

LG CNS는 클라우드, 스마트 팩토리, AI(인공지능), 디지털 마케팅, 스마트 시티·물류 등 전략 사업 부문에서 인재를 집중적으로 채용한 점이 돋보였다. 11월 말 현재 직원 수가 6904명으로, 전년 말 대비 103명 증가했다. 또 임신·육아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산 전후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제도를 일찍 도입했다.

디지털 일자리 최우수상은 신한카드가 수상했다. 신한카드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자 플랫폼 혁신그룹을 신설했다. 그에 발맞춰 지난 3년 동안 채용 전문인력의 90% 이상을 프론트·백엔드 개발, 빅데이터 개발·분석, UX(사용자경험) 등 디지털 특화 인원으로 채웠다.

신성장 일자리 최우수상에는 지난 5년간 분사 창업을 통해 17개 팀을 신규 배출하고, 고용을 79명(대표 포함) 늘린 포스코홀딩스가 선정됐다. 기술인재 양성 최우수상은 포스코DX에 주기로 했다. 포스코DX는 AI, 빅데이터 등 첨단 IT 및 엔지니어링 기술 전문인력을 육성해 올해에만 신입 및 경력직 180명을 채용했다. 지난해보다 76% 늘어난 규모다.

로앤컴퍼니는 AI 기술을 활용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벤처·스타트업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올해 고용 증가율(전년 대비)이 18.9%를 기록했고, 그중 절반 가까이(47.1%)는 AI 인력으로 뽑았다. 양성평등(여성) 일자리 최우수상에는 쿠팡이 뽑혔다. 쿠팡은 지난해 배송 직원의 85% 이상인 약 500명의 육아휴직을 허용했고, 아시아 지역의 고용과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향후 3년간 1700억원 이상을 투자하려는 계획이 주목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전동화 분야 등 미래 신사업 추진에 4만4000명을 채용할 계획이 높은 평가를 받아 그린 일자리 최우수 기업으로 손꼽혔다. K-컬처 일자리 최우수상은 CJ 푸드빌이 받게 됐는데, 해외 진출국에서 한국인 채용을 확대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수출 및 미래 무기체계 개발 인력을 꾸준히 채용한 성과에 힘입어 K-방산 일자리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10개 기업의 성과가 널리 벤치마킹되었으면 한다. 정국이 엄중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차분히 일자리를 만들어온 기업이 대한민국의 무게 중심이다. 우리 기업들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일궈냈다. 더 거세질 풍파에 맞서 내년에도 기업들의 정진과 분발을 기대한다. 수상기업들에 대한 축하와 함께, 심사위원들과 헤럴드경제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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