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질 것 같은데, 전세 한번 더 살까” 아파트값 하락에도 선뜻 못 사[부동산360]

가격 하락세에도 거래량 반등 없어, 조정장세 돌입에 관망수요 늘어나
“주택구입부담지수 하락·매수자 유리한 시장에 내 집 마련 기회의 틈”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상가 공인중개소 앞에 급매물 상담과 관련한 안내문이 부착된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동작구 흑석동에 거주중인 30대 A씨는 전세로 같은 동네에서만 8년째 이사를 다니며 아직까지 자가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 하락기와 상승기 모두를 경험한 A씨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꼈다’며 매수 능력을 갖췄음에도 매수를 미루고 있다. 최근 이사를 앞둔 A씨는 관심 갖던 아파트의 하락 거래를 관측했으나, 여전히 비싸다며 전세를 알아보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 곳곳에서는 최근 몇 달 사이 매매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A씨가 사는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 전용 84㎡는 이번달 22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지난 7월 대비 4억8000만원 가까이 하락한 금액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16㎡는 지난 10월 69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거래됐으나, 이번달 17일에는 6억원 가까이 하락한 64억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파크리오’ 아파트 전용 84㎡도 10월 대비 3억6000만원 하락한 22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대출규제와 탄핵 정국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으로 A씨처럼 내 집 마련을 망설이는 관망자들이 늘어난 탓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10월 10494건에서 11월 8261건으로 크게 하락했다. 아직 모든 통계가 집게되기 전이지만 12월도 4462건으로 11월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매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7월 9518건→ 8월 7609건→ 9월 4951건→ 10월 4000건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 속 시장이 위축되고, 서울이 조정 장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량이 준다는 것은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뜻”이라며 “정치 상황이 불안하며 시장 불안감을 동반해 수요자 입장에서는 더 떨어질거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수자에게 유리한 시장이란 의견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위축 시장은 곧 매수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을 뜻한다”며 “내 집 마련이 급한 매수자 위주로 가격이 떨어진 틈을 기회 삼아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 협상력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B부동산 아파트 매수 우위지수를 살펴보면 8월 68.8에서 지난달 40.5까지 20 이상 하락했으나 이는 부동산 활황기던 2021년 8월 11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로, 매수자에게 유리한 시장임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지금의 금리 수준과 대출규제에 점차 적응하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짚었다. 장교수는 “수요자들이 현재의 금리 수준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 내 집 마련의 타이밍으로 생각하는 수요도 있고,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 수요도 함께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도 예상돼 주택구입부담지수는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00이면 중간가구 소득의 25%를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해야 함을 뜻한다. 해당지수의 수치가 높아질수록 개인의 주택구입 부담은 커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47.9을 기록하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전기 대비 2.1 하락한 수치로, 지난 1분기에는 151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 대비 3.2하락한 바 있다. 2022년 9월에는 214.6까지 오르기도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