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삶의 끝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는 ‘해결사’. 일손이 필요한 동네 어른들에게는 ‘영웅’. 가족들에게는 다정하고 듬직한 가장.
평생을 남을 위해 봉사하던 ‘봉사 영웅’은 세상을 떠나는 길에도 3명의 새로운 삶을 구했다. 수해를 입은 동네 주민을 돕고자 나선 길이 그의 마지막 외출이었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1월 20일 을지대학교병원에서 강석진(67)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강 씨는 11월 2일 동네 수해가 발생한 곳에 봉사활동으로 도움을 주러 나갔다. 하지만 포크레인으로 작업을 하던 중 토사가 유실된 곳에서 전복 사고를 당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강 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간장과 양쪽의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늘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사셨다”며 기증을 결심했다. 마지막에 장기기증을 하는 것 또한 삶의 끝에 누군가를 돕기 위한 계획일 것이라고 여겼다. 강 씨는 평소에도 기증에 매우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강 씨는 추진력이 좋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40대 때부터는 건강을 유지하고자 마라톤을 즐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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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건축일에 종사했지만, 10년 전부터 충남 공주로 귀농해 농사 일을 시작했다. 3년 전에는 가족들과 행복한 생활을 하고자 직접 집을 지었다.
귀농생활 중에서도 주위의 모범이 됐다. 올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에는 의장상까지 받았다. 늘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봉사를 자처했고, 일손이 필요한 동네 어른들에 힘을 보탰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봉사 영웅’ 아빠를 떠나보낸 딸은 눈물과 함께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아빠, 이렇게 갑자기 떠난 게 너무 속상하지만, 아빠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한 삶을 다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멋있고 자랑스러워. 우리는 다들 잘 지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는 일 조금만 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다음에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아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