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대행 “여야 합의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권한대행, 중대한 대통령 고유 권한 행사 자제해야”
“여야 합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할 마지막 기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6일 “여야의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거론하며 헌법재판관 즉시 임명을 요구한 것을 거부한 셈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즉시 발의하겠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를 통해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것 이 우리 헌법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우리 역사를 돌아볼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담화에서 여러차례 정치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사태의 조속한 수습과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서 헌법재판관 충원에 이견이 없을거라고 본다”면서도 “이문제는 안타깝게도 그렇게 쉽게 답을 정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나 지금은 국가의 운명과 역사를 결정하는 공정한 재판이 헌법재판관에 달려있는 시점”이라며 “구성과 임명에 대해 이견없이 수용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권한대행은 야당의 일방적인 임명 압박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내비쳤다. 한 권한대행은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여야 합의없이 헌법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라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가는 불가피한 비상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안정된 국정운영에만 전념하라는 우리 헌정질서의 또다른 기본 원칙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황 전 권한대행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헌재 결정 전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임명했다”고 언급했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에 다시 한번 간곡하게 말씀드린다”며 “미국은 건국 이후 200여년 동안 탄핵소추 위기에 몰린 대통령은 다섯 분이고, 우리나라는 70여년간 벌써 세번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제가 무엇보다 무겁게 느끼는 의문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질서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며 “저는 이런 고민에 제대로 답을 찾지 않고 결론을 내라는 말씀에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차 “여야 정치인들이 다음 세대 한국인들을 위해 앞선 세대 정치인들을 뛰어넘는 슬기와 용기를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6인의 헌재 체제에서는 전원이 찬성해야 탄핵인용이 가능하다. 3명 임명이 지연된 상태로 내년 4월 18일 두 명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면 4인 체제가 돼 아예 심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헌법재판소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합의를 임명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이어진 국회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보고했다. 27일 본회의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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