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체에 7000억원대 금융 지원
대형 행사 상반기 배치…지역 인프라 확장
지난 22일 서울 명동 거리에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위축된 관광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 관광 분야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 전자여행허가제(K-ETA) 면제 연장,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검토, 관광업체 금융 지원, 대규모 행사 등 총력 대응으로 관광시장을 회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6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국가관광전략회의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13개 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회의체로, 이날 회의에는 11개 중앙부처 장차관, 관광업계 관계자, 전문가 등 약 60명이 참석했다.
이는 2023~2024년 ‘한국방문의 해’를 통해 올해 10월까지 방한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94%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었으나 계엄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관광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2월 일평균 방한 관광객 수는 1~11월 누적 대비 약 15% 감소하고, 방한 관광시장 회복률은 약 1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방한 관광시장 위축이 시차를 두고 증가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내년 관광 예산 1조3000억원 중 70%에 해당하는 94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 선제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1630만명으로 잠정 추산되는 외래 관광객 수를 내년 1850만명으로 끌어올리고, 관광사업체 매출액은 2023년 24조4000억원에서 2025년 30조원으로, 국내 여행 지출은 같은 기간 37조8000억원에서 4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한 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한국방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인의 일상을 경험하는 그 자체가 관광”이라며 “다만 최근 국내 상황으로 인해 방한 관광시장의 회복세가 꺾이고 방한 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관광시장이 안정되고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K-ETA의 한시 면제 기간을 내년 12월까지로 1년 연장하고,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한시적 무비자 시행을 검토한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인도 등 6개국 단체관광객의 비자 발급 수수료 면제 기간도 내년 12월까지 연장한다.
김정훈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K-ETA는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한시 면제를 1년 연장하고,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아그랜드세일’, ‘비욘드 K-페스타’, ‘코리아뷰티페스티벌’ 등 대형 행사도 상반기에 전진 배치해 관광객을 유인할 예정이다. 교육여행, 마이스관광, 의료관광 등 고부가 관광시장에도 주력한다.
‘스페인 피투르 국제관광박람회’, ‘케이(K)-관광로드쇼’, ‘오사카 엑스포’, ‘동계 방한 특별 캠페인’ 등을 통해 방한 캠페인도 펼친다. 내년 3월까지 방한 단체 관광객 5만명을 대상으로 여행자보험 무료 가입을 지원하고, ‘관광통역안내 1330’를 24시간 운영한다.
또한 관광업계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정 지원에 나선다. ‘관광사업체 특화 3종 금융 지원’으로 5365억원 규모의 일반융자, 1000억원 규모의 이차보전, 700억원 규모의 신용보증부 대출을 내년 1월부터 지원한다.
관광업계의 경영 안전망 구축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특별융자도 긴급 지원한다. 호텔업 등급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광숙박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비전문취업(E-9) 외국인력 고용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 등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고용부, 업계와 함께 논의한다.
외국인과 더불어 내국인의 여행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대국민 여행 캠페인도 집중적으로 펼친다. ‘여행가는달’을 기존 6월에서 3월로 앞당겨 시행하고, ‘한국관광 100선’ 여행을 확산할 예정이다.
인구감소지역 관광 활력 확산을 위한 ‘소규모 관광단지’ 제도도 내년 상반기에 시행해 각종 부담금 감면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내국인 도시민박 도입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역 숙박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일정한 사업자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정 관리 기준과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안을 마련한다.
지역으로 가는 관문도 확장한다.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을 통해 입국한 외래객이 국내선을 통해 지방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1+1 항공 프로모션’을 추진한다. 연안 크루즈 시범사업(해양수산부 협업)과 해양관광 활성화 사업을 신규로 추진해 해안선 여행을 확대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교통 지원 모델도 구축한다. ‘초광역형 관광교통 혁신 선도지구’를 추진해 철도역, 고속·시외버스터미널 등 교통거점과 관광지 간 광역 관광교통망을 구축하고, 외국인 안내서비스 확충과 관광상품 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한국의 일상을 체험형 관광 콘텐츠로 만들 예정이다. 올해 신규로 체험 중심의 관광 흐름에 맞춰 소비재(음식, 미용·패션, 화장품 등)와 서비스업(K-콘텐츠, 금융, 외식업 등)을 접목한 고부가 관광상품을 개발한다.
지자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방한 관광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방한 관광 거점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30개소를 관광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한국의 역사, 문화, 경제도 관광 콘텐츠로 확장한다. 축제와 공연·예술, 전통문화, 스포츠, 미식 등 한국의 대표 관광 콘텐츠와 함께, 전적지·비무장지대(DMZ), 자전거, 산업, 야간 관광까지 관광 콘텐츠를 다변화하고 고부가화한다.
아울러 방한 관광객 여행 동선에 따라 여행 불편 사항을 점검하고 개선한다. 외래객이 자국의 언어로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편의를 증진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과 협력해 외국인 관광객의 식당 등 예약·결제 서비스를 개선하고 관광지, 식당 등에 대한 이용 후기를 외국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주요 관광지, 쇼핑지 중심으로 정보무늬(QR) 결제가 가능하도록 기반 시설도 확대한다.
철도를 이용해 지역을 여행하는 외래객을 위해 온라인 예매 시스템의 다국어 서비스를 확대하고 좌석 지정 기능도 개선한다. 해외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승차권 자동 발매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케이-라이드(k-ride), 서울시 타바(TABA) 등 외래객 전용 택시 호출 모바일앱 서비스 이용을 활성화하고, 티머니와 협력해 ‘관광통역안내 1330’을 통해서도 택시 호출이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