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콘서트 ‘헤븐’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를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 영상 콘서트’ 행사를 열기로 했다.
26일 구미 YMCA와 구미참여연대, 민주노총 구미지부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 퇴진 구미 시국회의’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27일 오후 5시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한 극우의 낭만도시 거부한다’를 주제로 구미시민 촛불 콘서트를 연다. 경찰에 집회 신고도 마쳤다.
행사는 시민 자유발언 등에 이어 별도로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이승환 콘서트를 관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국회의는 구미시 측의 이승환 콘서트 취소에 대해 “보수 우익단체와 관람객 간 충돌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구미시 해명은 수긍할 수 없으며, 오히려 대관 취소의 부당함을 자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환은 25일 경북 구미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콘서트가 공연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취소된 바 있다. 이승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등 진보적 입장을 드러내자 일부 극렬 보수단체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공연에 반대하고 나섰고, 이에 구미시 측이 충돌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대관을 취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구미시가 이승환에게 ‘정치적 선동과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연 사전 검열’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시는 예술 공연 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자 한 것이 아니며, 모든 공연은 안전이 담보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보수 단체 집회 등으로) 공연 당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서약서 요구에 대해서도 “공연장 부근 집회를 예정한 시민단체에게 시위 자제와 협조를 구하고 이승환 씨의 진정성을 통해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했다.
구미 공연이 취소되자 김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김해시 홈페이지의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이승환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수의 정치 성향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도 배치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김해문화관광재단은 오는 29일 오후 5시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열리는 이승환 콘서트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구미시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목소리를 낸 다른 많은 예술인들의 공연도 지장을 받고, 예술인들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당한 정치발언을 하는 것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승환은 공연을 예매한 관객 100명과 함께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김장호 구미시장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구미시 공연 취소 후 광주시와 경기도 화성시에서 이승환 측에 잇따라 공연을 열어달라는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