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기업 428~482억, 우리 107억
CET1비율·외화 LCR 하락 여지
“위험가중자산 관리 더 유의를”
원/달러 환율이 26일 오전 1460원대를 뚫고 고공행진하면서 주요 은행에서 3주 만에 1000억원 이상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 자본(CET1)비율과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당분간 환율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의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대비 지난 24일 기준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의 외화환산손실은 각각 약 428억~482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원/달러 환율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02.9원에서 24일 1456.4원으로 53원 이상 오른 영향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55.2원으로 개장했으나 오전 10시를 지나 1460원을 넘어섰다.
양사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80억~9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차손은 일회성이지만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환율 10원 상승 시 약 2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해 왔는데 12월 기준으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폭이 더 클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자산 변동으로 비화폐성 자산과 부채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환율 민감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은행도 지난 3주간 최소 107억원 이상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외화자산 대비 외화부채 비율이 적은 편이라 환차손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보통주 자본비율 등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통상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이 50원 이상 오른 지난 3주간 많게는 16bp 가까이 내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환율 상승에 따라 상환해야 하는 외화부채 평가금액이 올라가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외화 LCR 관리도 중요해진다. 은행은 3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부채의 80%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외화 LCR은 평균 160%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투자자들이 환 차익 실현을 위해 외화예금을 인출하고 있는 반면 대기성 자금인 원화 요구불예금은 늘어나고 있어 외화 LCR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환율 상승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다음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1500원대 환율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앞서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3864억원 규모의 외환거래 누적 손실을 기록하는 등 이미 강달러 흐름에 따른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환율 고착화로 은행 자본비율과 손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은행권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유동성이나 손실흡수능력이 아직 충분하다고는 하나 위험가중자산 관리 등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