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받을 보험금, 삼촌 도박비로 못 가게 하려면

내 사망보험금 쓰임 걱정된다면
생전, 보험금청구권 신탁 설정
언제 얼마나 줄지도 결정 가능



#.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 A씨는 혹여나 자신이 아프거나 다쳐 자녀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거금의 사망보험금도 설계해봤지만, 또 다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본인의 사망 이후 미성년자녀를 대신한 법정대리인이 사망보험금을 모두 A씨의 자녀만을 위해 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남겨질 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험을 활용한다. 다만 그 대상이 재산관리의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 등 본인 스스로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또 다른 걱정이 추가된다. 부양을 대신할 부양자가 과연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할지 하는 우려다.

10살 아들을 둔 부모가 부부모임에 참석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자녀를 위해 5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준비했지만, 아들은 미성년자라 법정대리인인 삼촌이 보험금을 수령했다. 조카의 양육비와 교육비로 사용됐어야 하는 이 보험금을 도박벽이 있는 삼촌이 전부 도박으로 탕진해버리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바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보험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의 보험사고로 발생하는 보험금이 신탁계약의 신탁재산이 되는 신탁을 말한다. 사망으로 인한 위험을 보장하는 생명보험의 장점과 사망 후 유산을 목적에 맞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신탁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이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설정하고, 유가족에게 언제, 어떻게 사용할 지 결정하고 준비하는 방법이다. 지난 11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는 특히, 부모가 사망한 후 유족이 보험금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될 때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앞서 A씨는 홀로 남겨질 자녀를 위해 사망보험금 3억원의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본인이 사망하면 자녀에게 매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 대학입학 시 졸업까지 매년 2000만원의 학자금을 지급, 대학 졸업 후 남은 금액을 일시에 지급하도록 요청했다.

지적장애인 자녀를 위한 신탁계약도 있다. 중소기업 대표 B씨는 본인이 사망 후 사망보험금 수령일에 일단 5000만원을 일시적으로 자녀에게 지급 후, 그 다음부터 10년간 월 300만원, 그 뒤로는 매월 250만원씩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의미의 신탁계약도 존재한다. C씨는 손자녀들이 할머니를 항상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본인의 사망보험금을 손자녀의 대학교 등록금 납입 시 마다 500만원, 결혼할 때 5000만원 등 중요한 시점에 맞춰 지급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세부적인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탁 계약자마다 그 내용이 가지각색이다. 다만, 자신의 사망보험금이 자신의 의지대로 올바르게 쓰여졌으면 하는 마음은 계약자 모두 동일하다. 고인의 유지와 유가족의 재산관리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한다면, 이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도움말: 고경남 메트라이프생명 노블리치센터 세무전문위원]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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