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家 경영권 분쟁 종식

4인연합, 장남 지분 5% 매입
주주가치 회복·안정 경영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등 합의
차남 표 무의미…합류여부 주목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한미약품그룹의 길고 긴 경영권 분쟁이 종식될 수순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인연합’에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까지 합류, 경영권 분쟁 종식에 합의하면서다.

4인연합이 임 사내이사 지분 5%까지 매입, 이제 홀로 남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의 표 대결 구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4인연합(신동국, 송영숙, 임주현, 라데팡스) 측은 26일 장남인 임 사내이사의 지분 5%를 매입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의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4인연합과 임 사내이사는 상호 간 제기했던 민형사상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4인연합 측은 “이번 합의엔 당사자들의 사적 이익을 우선하거나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한미그룹 기업가치 제고와 안정적 경영, 그리고 이를 위해 협력하는 데 필요한 것임을 상호 확인한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합의와 함께 ‘주주님께 드리는 글’도 공동 발표했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그룹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이 글에는 “이제 모든 갈등과 반목을 접고 한미의 발전만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문경영인 체제를 탄탄히 구축하고, 정도 경영과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에 보답하겠다”며 “화합과 협력의 정신을 토대로 제2의 창업 정신으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제공]


경영권 분쟁이 4인연합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란 예측은 지난 한미약품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거론됐다. 임종훈 대표 측이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및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해임 건이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4인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총 전부터 사실상 4인연합의 승리가 예견됐다.

이 과정에서 임 사내이사가 한미약품 임시주총 철회를 제안하는 등 4인연합 측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한미약품 주총에서 결국 4인연합이 승리하자 임 사내이사도 4인연합과 손잡게 된 흐름이다.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되면 결국 공멸하리란 위기감도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적이 위축된 상태다.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했던 주가도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더는 이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양측의 합의를 압박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남은 건 차남 임 대표의 합류 여부다. 한때 4인연합과 형제 측 지분 구도는 33%와 25% 수준이었으나, 지분 매각·매입 등을 거쳐 격차는 35%대 23% 수준까지 벌어졌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가세하면 4인 연합 우호 지분은 41%대에 이른다. 여기에 이번 합의로 임 사내이사 지분이 4인연합 측으로 옮겨지면서 임 대표는 사실상 표 대결 자체가 힘든 상황에 놓였다.

4인연합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그룹 거버넌스 이슈를 조속히 안정화하고, 주주가치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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