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가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면서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 송달 등 재판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다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이 직접 탄핵 심판에 나온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이미선·정형식 헌법재판관은 27일 오후 2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1차 변론준비기일을 약 40분 가량 진행했다. 탄핵 심판을 청구한 국회(청구인)에서는 정청래 소추위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광범·김이수·김준한 변호사 등이 대리인으로 출석했다.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에서는 배보윤·윤갑근·배진한 변호사가 출석했다.
이미선·정형식 헌법재판관은 탄핵심판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돼 변론준비기일 진행을 맡았다. 헌재는 ▷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표 ▷군대·경찰 동원한 국회활동 방해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총 4가지로 압축했다.
2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탄핵심판 사건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이날 오전 9시께 대리인 선임계를 제출한 윤 대통령 측은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했다”면서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 측은 27일 변론준비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청구됐는지부터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배보윤 변호사는 ‘탄핵 심판 적법성을 다툴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정 재판관이 ‘쟁점’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배보윤 변호사는 “(국회의) 소추사유는 주장만 되어있고 대부분 언론보도를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늘 쟁점을 정리하는게 마땅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근거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배진한 변호사는 “최대한 (헌재에) 맞춰서 빨리 준비하겠다”면서도 “현재 계류 중인 탄핵 사건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해야 하는 근거가 있느냐”고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진행 중인 탄핵 심판 사건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는 형사소송과 다른 측면이 있다. 헌법 질서 유지가 가장 큰 목표고 대통령 탄핵 사건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 피청구인의 (권리 보호를) 못하게 하는 건 아니다. 한도 내에 해드리는 대신 협조를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해 법률대리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
윤 대통령 측은 ‘송달’의 적법 여부도 문제 삼을 예정이다. 피청구인 측 윤갑근 변호사는 변론준비기일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봐도 송달이 적법하게 됐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유치송달 등 여러 송달을 해보고 안 됐을 때 발송송달을 해야 한다.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송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16일 발송한 탄핵 심판 청구서가 윤 대통령 측의 거부로 여러차례 반송되자 19일 우편으로 보낸 것 자체를 송달로 간주하는 ‘발송송달’을 실시했다. 19일 발송된 문서가 20일 윤 대통령 관저에 도착해 송달 효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뒤 절차를 진행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윤 대통령이)탄핵 심판 중 적정한 시기에 나와 본인이 말씀 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구인 측은 탄핵소추안에 담긴 계엄법, 내란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 등 형법 위반 행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정리해 다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청구인측김진한 변호사는 “헌법 재판인 탄핵 심판이 자칫 형사 재판으로 변모될까 우려스럽다”며 “형법 위반 사실들을 헌법 위반으로 (다시) 구성해서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증인 채택 및 증거 확보 측면에서 효율성 있는 진행을 할 방침이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검찰 등이 확보한 수사 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 국회에서 자세한 증언을 이미 한 경우에는 탄핵 심판 증인에서 제외하는 등 필요한 부분 위주로 증인 채택·신문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헌재는 오는 1월 3일 오후 2시를 2차 변론준비기일로 정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국가운영과 국민 영향에 미치는 심각성을 고려해 기일을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