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인 단체 “우리 등록 무속인 아냐”
‘아기보살’ 점집 문 앞에 ‘안산시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 믿음·희망·신뢰 사단법인 대한 경신 연합회 안산시 지부장인’ 이라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김도윤 기자 |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12.3 비상계엄의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거주했다는 경기도 안산 상록구의 한 다세대 주택을 지난 24일 찾았다. 현관문엔 ‘안산시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 사단법인 대한경신연합회 안산시 지부장인’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여기는 노 전 사령관이 거주지인 동시에 ‘아기보살’이란 이름의 점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주변엔 여느 살림집에선 보기 어려운 물건들이 여럿 놓여 있었다. 마른 북어 입에는 1000원짜리 지폐가 끼워졌다. 맞은편 창고에는 빈 막걸리병과 제례 용품으로 보이는 물품도 보였다. 조화가 담긴 화병, 장난감 자동차, 젖병 등도 선반에 정리돼 있었다.
노 전 사령관은 아기보살로 불리는 여성 무속인과 동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이웃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작명(이름 짓기)을 담당하고 아기보살이란 역술인은 결혼과 출산 등 개인사와 관련한 신점을 봐준 것으로 보인다.
현관 스티커에 언급된 경신연합회는, 2018년 이후 우리나라 최대 무교인 단체인 경천신명회에 귀속된 상태다. 노상원 전 사령관의 점집이 이 단체에 공식 등록된 것인지 협회 쪽에 문의했다.
경천신명회 관계자는 “우리 연합회와 노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기보살이라는 여성도 우리 명단엔 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해당 명패는 요즘 잘 발급되지 않는 것. 안산시 지부장도 현재 공석이라 노 전 사령관이 실제 모범 무속인으로 지정되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무속 계엄’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을 두고 “조만간 성명서를 내고 최근 이어지고 있는 무속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24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있는 ‘아기보살’ 점집 앞 북어더미. 입안에 1000원 지폐가 끼워져 있다. 김도윤 기자 |
경찰이 수사하다가 검찰로 넘긴 노 전 사령관이 12.3 계엄에 관여했다는 정황들이 최근 속속 드러나면서 조용했던 동네는 최근 부쩍 시끄러워졌다. 그는 계엄선포 이틀 전인 이달 1일과 계엄 당일(3일)에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집에서 가까운 롯데리아에서 만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최근에 처음 보는 얼굴은 대부분 기자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상원과 그의 ‘동업자’는 이 동네에서 비교적 조용히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사령관의 점집 근방엔 다른 역술인들이 운영하는 점집 대여섯군데 더 있다. 수소문을 해보니 노 전 사령관이나 아기보살 등과 왕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에서 불교용품점을 운영하는 이모(51) 씨는 “그 보살(아기보살)도 여기서 한 20년 있었을 거다. 여기저기 주변에 물어보면 아기보살 평이 나쁘진 않다”며 “평판이 나빴다면 진작에 안 좋은 얘기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용품을 취급하는 인근의 다른 점포 사장은 “우리 가게는 보살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라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거긴 교류가 원체 없었다”면서 “인근 점집 보살들 말로는 그쪽과는 일면식도 없고 물건 주문도 전화로만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역술인 A씨는 최근 취소되는 예약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도 예약을 미루고 있고, 요즘은 기자들 전화만 받는다”고 말했다.
12.3 내란사태 당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을 모의한 장소로 알려진 경기도 안산의 롯데리아 영업점. 김도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