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4분기 11.4조 팔아치웠다…고환율 비상에 ‘셀 코리아’ 가속 [투자360]

환율 1470원 돌파…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
12월 외국인 국내증시 이탈만 2조2380억원
외인매도세 가팔라질수록 환율 상승 ‘악순환’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4분기에만 11조391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걱정은 원/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1470원대로 치솟으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 이탈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분기(10~12월) 외국인 순매도액은 11조391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간 2조2380억원을 팔았다. 12월 주춤하던 외국인 매도세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건 비상계엄 이후부터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부터 전날까지 3조300억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떠났다.

4분기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외국인의 ‘셀 코리아’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국내 증시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가하며 코스피 지수를 2500선 아래로 밀어냈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을 가속화 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환차손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평가절하된다. 환율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 현상은 지난 7월부터 나타났다. 당시 국내 반도체 업황이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그러다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는 미국 경제 호조 소식과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분위기가 감지되며 환율이 1300원 초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반등한 것은 10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되면서부터다. 이에 최근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속도가 조절과 보호 무역 주의 강화로 인한 대외적 변수에 국내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에 상한선이 실종됐다.

지난 18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50원 선을 훌쩍 넘겼다. 이날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470.1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서 환율이 오가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국내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통상 외국인은 증시를 매도할 때 대금을 자국 통화로 환전하고 원화를 매도한다.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는 다시 올라가고 원화 가치는 더욱 하락한다.

투자 업계에서는 외국인 매도세를 돌리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 안정화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정국 불안 장기화와 대내외 변수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적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마지막으로 2022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말고는 없었다”라며 “11월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버티고 있었던 이유는 유로존의 경기 침체에 따른 유로화 약세에 따른 것이었는데 지금은 정치적 리스크로 ‘원화 약세’ 흐름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는 결국 원/달러 환율에도 부담을 줄 것이다. 국내 외환 건전성을 양호한 상황이지만 정국 불안 장기화 리스크로 인한 성장 둔화 및 국가신인도 하락 등은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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