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아닌데 ‘환율 1500원 시대’ 우려…“발칵 뒤집어졌다”

환율 주간 거래 종가 1464.8원…금융위기 이후 첫 1460원대 마감
“1500원 넘어서면 위기 가능성도…적극적인 금리·재정 정책 필요”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치이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장중 1460원대 중후반으로 치솟으며 1500원 돌파에 관한 우려를 키웠다.

국내외 요인이 모두 원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탄핵이 가시화되는 등 국내 정치 혼란이 확대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둔화 예상에 달러 강세가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더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와 내수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금리·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8.4원 오른 1464.8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가 1460원 선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한 때 상승 기세가 주춤했으나 오후 한덕수 대행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계기로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환율은 오후 3시 20분에는 1466.0원까지 뛰며 1470선을 위협했다.

한 대행은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연말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변동성은 더욱 확대됐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덕수 대행의 탄핵 가능성이 지난 24일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치다가 오늘 원화 약세 압력으로 본격 작용했다”며 “국가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가 원화 투자심리를 취약하게 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치이다. 이상섭 기자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도 “무정부 사태에 준하는 상황에서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며 “이런 신인도 불안 요인으로 인해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 연준이 내년 정책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도 달러 강세를 촉발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까지는 149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고, 취임 후 대중국 관세 정책 등이 바로 실행되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행정부가 빠르게 관세 정책을 추진하면 글로벌 경기 우려가 커지고 연준의 금리 인하가 조기에 중단되면서 달러 추가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 둔화에 따른 한은의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 환율은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수준을 특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내년 초 달러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가치도 이미 많이 올랐고, 원화 가치도 추가로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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