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점 믿어? 실망이네” 요즘엔 점집 가기도 눈치…앱만 신났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영상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너, 점 믿는 사람이었어?”

박모(43) 씨는 매년 이즈음이면 꼭 신년 점을 보곤 했다. 이런저런 입소문을 타고 작년엔 주변 지인들과 함께 가기도 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박 씨는 “계엄·탄핵으로 사람들끼리 난리인데, 얘기하다 보면 점이나 사주 등 샤머니즘 얘기가 꼭 나온다”며 “사람들한테 점 보러 가자고 얘기하면 큰일 날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기획했단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점집을 운영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점이나 사주에 대한 국민적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뀐 탓이다. 무속업계 입장에선 날벼락인 셈이다. 특히나 연말연초 점이나 사주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와 맞물려 타격은 더 크다.

지난 23일 오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재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차린 점집 앞에 제사 용품들이 쌓여 있다. [연합]


이에 공개적으로 점집 등을 찾는 대신, 앱 등 비대면 플랫폼으로 나 홀로 신년 운세를 확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선 점집이나 사주카페 등보다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사주 앱을 사용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사주 앱인 포스텔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안드로이드+iOS)는 11월에 6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6월 50만명을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20%가량 급증한 수치다.

[게티이미지뱅크]


원래 추세적으로 사주 앱 이용은 연말과 연초에 급증하고 그 사이엔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말의 증가세는 눈에 띈다. 전년 동월(45만4549명) 대비로도 32%가량 늘었다.

탄핵 정국까지 겹친 12월은 더 폭발적 증가세다. 12월 2일부터 22일까지만 집계된 활성 사용자 수만 98만4245명. 사실상 1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자료 출처 =모바일인덱스]


또 다른 사주 앱, 점신도 유사한 흐름이다. 11월 MAU는 86만명으로, 전년 동월(72만7094명)보다 20% 가까이 급증했다. 점신 역시 12월엔 2~22일 기준으로 이미 133만명을 기록,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두 앱 모두 12월 들어서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요즘 젊은 층에선 인공지능인 챗GPT로 사주를 보는 방식도 유행하고 있다. 태어난 날짜와 시간 등을 입력하고 구체적인 질문 리스트 등까지도 SNS에 공유된다.

최근 처음으로 사주 앱을 써봤다는 직장인 최모(39) 씨는 “요즘 워낙 불황이라 내년 걱정이 크다”며 “정색하고 점집을 가기엔 부담스러워 사주 앱을 한번 써봤는데, 재물 운이 있다고 하니 나름 큰 위안이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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