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몰라 매달 3만원씩 날린다” 서울 뚜벅이족 꽂혔다 [세상&]

기후동행카드 도입 1년, 월 6만원에 무제한 이용
하루 평균 70만명 이용, 월평균 3만원 절약 효과
김포, 과천, 고양시 이어 의정부, 성남까지 확대


기후동행카드로 지하철을 타는 모습.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제가 한 달 교통비가 9만원 정도 나왔는데요. 기동카(기후동행카드) 쓰고 나서 교통비가 6만원으로 줄었죠. 한 달 3만원, 일 년이면 36만원 절약인데 안 쓸 이유가 없죠”

서울시가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기후동행카드 사업이 1년을 맞았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월정액 무제한 교통카드에 시민들이 열광하며 서울시의 최고 흥행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사업은 지난 2023년 오세훈 시장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당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주요 선진국에서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무제한 교통권이 도입된 것을 살펴본 오 시장은 서울에도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1년여의 구체적인 계획을 거쳐 지난해 1월 27일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됐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2000원에 한 달간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마을버스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정액권이다. 여기에 3000원을 더하면 서울 따릉이도 이용할 수 있다. 청년(19~39세)들은 7000원 할인된 5만5000원에 이용할 수 있고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등 서울 시내 문화 시설 할인 혜택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월 기후동행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


처음에는 서울 시내만이용할 수 있었지만 점차 이용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김포 골드라인, 별내선, 진접선, 4호선 과천시 구간, 3호선과 경의중앙선·서해선 고양시 구간을 추가했고 가장 최근에는 의정부시와 성남시까지 이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런 혜택 덕분에 이용자는 많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첫 출시 때 이용자는 33만명이었지만 매월 이용자가 늘면서 6월 6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하루 평균 70만명이 이용 중이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사업 관계자는 “처음 출시 때 목표는 50만명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흥행을 하고 있어 사업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후동행카드의 흥행 비결은 무엇보다 교통비 절감이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시범 사업 기간(1~6월) 교통비 절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교통비 혜택은 월 2만8998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이용자가 60%를 넘을 만큼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직장인 A씨(37·서울 송파구)는 “송파에서 직장이 있는 중구까지 왕복 3200원의 교통비가 드는데 20일만 써도 본전을 뽑는 셈”이라며 “이후 교통비는 공짜인 셈인데 그렇게 아낀 2~3만원이 나 같은 직장인에게는 쏠쏠한 보너스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교통비 절감과 함께 카드명에서 알 수 있는 기후 정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사용 이용자의 37.6%가 한 달간 승용차 이용 횟수를 약 12회 줄었다고 답했다. 이를 환산하면 연간 승용차 31만대 감소로 볼 수 있고 이는 약 3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는 것으로 설명했다. 약 343만 그루의 가로수를 심은 효과와 맞먹는다.

이에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의 사용 범위를 보다 확장하는 데 적극적이다. 서울 방문객을 위한 관광객용 단기권에 이어 자율주행버스, 한강버스에도 추후 적용할 예정이다. 보다 편리한 사용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는 후불 카드도 출시했다.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면허 시내버스, 마을버스, 따릉이를 월 6만 원 대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임세준 기자


다만 개선할 점도 있다. 기후동행카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아직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직장인 상당수는 기후동행카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국토교통부의 대중 교통비 환급 지원 사업 K-패스를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지 않으면 그다지 절약 효과가 없다는 점도 있다. 무제한 정액제인 점을 악용해 일부 사용자는 카드 돌려쓰기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자신의 이용 패턴에 맞게 유리한 제도를 선택하면 된다”며 “일부 보완할 점은 있지만 계속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후동행카드는 새로운 교통 요금 체계를 확립한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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