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애들 교과서로 싸우게 생겼다…난장판된 AI교과서[세상&]

2025학년도 3월 도입 예정이었던 AI 교과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로 ‘교육자료’ 격하
교육부 ‘재의요구’ 나선다지만 행사여부 미지수
학교 현장 반응 엇갈려…발행사는 법적대응


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 시연 현장.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2025년 새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교과서’로 도입이 예정되었던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되면서 교육계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AI 교과서 도입에 ‘총력’을 쏟던 교육부는 재의 요구에 나섰고, 학부모와 학교 등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교과서를 준비하던 발행사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역점 사업이던 AI 교과서 도입이 가로막힌 교육부는 ‘재의 요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국회 본회의 직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국 속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 요구 권한’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내년도 3월 AI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있던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통상 신학기 교과서는 1~2월 사이 선정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도입이 예정되어 있던 AI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과서’ 지위인 AI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된 내용은 ‘교육자료’기 때문에 학교 재량으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의 시연 행사에서 관계자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의 주요 기능을 토대로 참여형 수업 및 학생 맞춤교육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이미 일부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교과서 선정 절차를 안내하지 않거나 선택을 보류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충분한 검토 기간을 확보해 가급적 내년 2월에 선정하라는 공문을 16일 학교에 보낸 상황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AI 디지털교과서의 선정은 학교 자율에 맡기고 효과성 검증부터 하라”며 “디지털 기반 교육이 가능한 물리적 교육 환경부터 조성하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치에 따라 교과서 정책이 요동치며 자칫 소송 분쟁까지 더해져 학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라며 “합의점을 도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AI 디지털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는 의견문을 통해 “교육부는 학교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지만, 오히려 AI 디지털교과서가 이대로 도입되면 현장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거부’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발행사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 AI 교과서 발행 A사 관계자는 “교육부가 교과서로 선정한다고 여러 차례 다짐을 해놓고 3달 앞두고 갑자기 교육자료가 되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다”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I 교과서 검정 심사에 돌입했던 발행사들은 지난 1년간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여러 회사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계 관계자는 “혼란스러운 시국에 교육 사업만큼이라도 혼란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당장 약속했던 교과서마저 진행되지 않으면 어떡하란 것이냐”라며 “주변에서도 ‘어찌할지 모르겠다’, ‘소송에 나서라는 것이냐’라는 혼란스러운 반응이 대다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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