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보다 자유로운 캔모어 주립공원
[헤럴드경제(캐나다 캔모어)=함영훈 기자] 캐나다 알버타주 로키의 하이라이트, 밴프와 레이크루이스,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가기 전, 캘거리에서 가까운 주립공원들 중에서 캔모어 노르딕센터(CNCPP)는 가장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이다.
캔모어 렌들산과 글라시 호수[함영훈 기자] |
캔모어 글라시 호수옆 암벽타기[신발끈여행사 장영복 대표 촬영] |
주립공원이 좋은 점은 풍경의 감동 면에서 하이라이트 지역과 별 차이가 없음에도 트레킹 규제나 의무사항이 적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밴프국립공원은 초겨울~이른 봄 산행에 제한을 두는데 비해, 주립공원은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가는 곳인데다, 국립공원이 갖는 까다로운 제한사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캔모어 노르딕 코스의 얼굴은 스위스 마테호른 같은 렌들산과 유리잔 같이 투명한 글라시 레이크1,2이다.
글라시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수목한계선 위-아래 경계선 지점에 ‘Y’ 무늬가 일제히 나 있다. 이는 모두 빙하가 녹아 물이 되어 흐른 흔적들이다. 여러 갈래에서 녹은 빙하물이 내려오다 지반이 약하거나 홈이 파진 부분, 수목이 자라지 않은 지점에 파고들어 긴 대롱 모양의 지형을 만드는 것이다.
캔모어 다운타운에서 차로 10분가량 달리니, ‘캔모어 노르딕센터 주립공원’ 간판이 나온다.
등산로 입구 안내문에는 트랜스 캐나다 트레일 중 하이로키 트레일 길을 만들고 단장하는데 참여한 기여자, 기부자 이름들이 적혀 있다.
레슬리와 데이비드 비셋, 조제프 스트라운드, 게리덕, 잭과 피턴콕웰, 캐나다정부, 알버타정부, 캐나다횡단트레일, 알버타 트레일넷 소사이어티 등에 감사한다는 글귀들이 보인다.
트레일 시작점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쉬운 경로와 더 어려운 경로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온다.
로키의 산, 상층부에 일제히 그려진 ‘Y’자 빙하의 길[함영훈 기자] |
쉬운 길은 글라시 레이크 어퍼(Upper)이고, 왼쪽 방향은 인터프리티브(Interpretive)이다. 둘 다 3~4km 정도이고, 오르는데만 1시간 30분~2시간 걸린다. 많은 등산객들은 올라갈 땐 쉬운 경로, 내려올 땐 어려운 경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취향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어퍼 코스로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글라시 폭포를 인터프리티브 코스를 통해 내려올 때엔 감상할 수 있다. 인터프리티브 코스가 좀더 어려운 만큼 렌들 댐과 맞은편 산봉우리들, 폭포 등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어퍼코스를 통해 낙엽송과 노란잎을 가진 자작나무가 섞인 숲을 지나는 동안, 많은 외국인 등산객을 만난다. 한 인도계 아빠는 다섯 살 남짓된 딸을 업고 갔고, 캐나다 엄마는 아이를 배낭과 연결된 지게 모양의 바스켓에 태워 함께 짊어지고 올랐다.
숲 사이로 불쑥 나타나는 렌들산. 재스퍼 국립공원의 피라미드산을 닮았다고는 하지만 한국인 여행객들은 “어, 마테호른인데”라고 말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마테호른 같은 로키의 산은 수백개나 되었다.
글라시1,2 호수보다 높게 조성된 화이트맨스 방죽. 국립공원의 레이스루이스를 닮았다.[함영훈 기자] |
글라시 호수1,2는 유리잔 같이 투명한 청정감에 에메랄드 빛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이 호수의 이름은 트레일 길을 닦은 사람 로렌스 글라시(Lawrence Grassi)에서 따왔다.
글라시레이크(Grassi Lakes)1,2가 있는데, 호수1의 북쪽엔 초미니 글라시레이크 비치(beach)가 있다. 한낮 남쪽에서 쏘는 따사로운 햇빛을 쬐며 일광욕 하는 사람이 보인다.
호수 위쪽 경사진 길 좌우엔 글라시레이크 그랙(crag)이 호위한다. 이 암벽에는 용감한 클라이머들이 밧줄을 드리우고 암벽 등산을 한다. 옆에서 보면 수직에 가까운 80도 경사의 암벽을 타는 모습이 아찔하다. 인수봉 크라이밍의 축소판 쯤으로 느껴진다.
암벽 바위는 다소 풍화가 되긴 했어도 전형적인 바닷가 갯바위 표면이다. 약 2억년 전까지 앨버타는 얕은 열대 바다로 덮여있었고 많은 바다동물이 번성했다.
자연속에 튀지 않게 들어선 댐동력 설비 |
렌들댐은 자연호수 만큼이나 아름답다 |
태평양판이 아메리카 서부를 밀면서 바닷속 지형이 융기해 기존 육지와 충돌한다. 갯바위엔 표면이 요철형태로 날카롭거나, 큰 구멍이 뚫려 있기도 했고, 이 구멍에서 많은 해양생물이 육상에서 버티다가 끝내 죽어갔다. 로키일대에선 많은 바다생물 화석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암벽옆 10여명이 모여설 수 있는 공터는 포토포인트이다. 발아래 글라시호수와 렌들 댐 저수지가 있고, 맞은 편에 레이디맥도널드산, 쿠거 크릭, 그로토산 등 캔모어의 동쪽산 파노라마가 병풍이 되어준다.
이곳에서 지그재그 길로 10분만 오르면 레이크루이스를 닮은 호수가 나온다. 화이트맨스 폰드로, 인공 저수지인데도, 드넓은 호수물에 산악의 반영이 드리워져 장관을 빚어낸다. 마치 조선시대 큰 산 중턱에 조성해 둔 수자원관리 시설, ‘방죽’ 같은 곳이다.
화이트맨스 폰드와 글라시 레이크 사이엔 암벽 앞 나무 보드가 있었는데, 공연 무대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클라이밍 연습장이었다.
캔모어 글라시 폭포 [함영훈 기자] |
다시 하산해 글라시 호수2를 감싸고 내려가다 보면, 높이 100m 남짓한 글라시 폭포가 장관을 빚어낸다. 어퍼코스 보다 가파른 인터프리티브 코스를 택한 미국인 여성 2명이 폭포 전망대에서 햄버거 브런치를 먹는 모습이 정겹다. “한국인인데 두 분의 멋진 모습 찍어도 되냐”고 했어니 햄버거 폭풍흡입을 멈추고는 당차게 “Sure!“라고 합창해준다.
캔모어 글라시폭포 앞 공터에서 도시락을 먹는 소녀들 |
이 폭포수는 조지타운과 연결되는 렌들 댐 저수지로 모아진다. 글라시호수와 노르딕센터 중간쯤에 댐 수위조절 등 관리 설비가 렌들산 7부능선에 산의 색깔에 맞춰 티나지 않게 들어서 있다.
적절히 조절된 방류량이 보우강과 합류해 카나나스키스, 캔모어, 조지타운 일대 평지(해발 1000m 안팎)를 적시며 이 고을 7대 건강 식재료들을 키워낸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1986년에 개발된 ‘카나나스키스 컨트리 캔모어 노르딕센터(CNCPP)’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올림픽 노르딕 스키 경기장 중 하나였다가, 올림픽이 끝나고 주립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가벼운 글라시레이트 트레킹, 캔모어~카나나스키스를 연결하는 보우밸리, 세자매봉(The Three Sisters), 런들댐과 조응하는 런들산 등을 오가는 총길이 100km 가량의 산악 자전거 트레일도 이곳의 즐길 거리이다.
로키를 잘 아는 사람들은 산악 자전거 즐기기는 산세가 험하지 않은 이곳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고, 전문가급 여행자의 크로스컨트리도 하는 곳이다. 국립공원 보다 좋은 점도 많은 주립공원이다.
캔모어 기념품 가게의 에코백 문구 ‘I Can More’ |
2016년엔 이 노르딕 센터에 산악자전거 스킬 파크도 생겼다. 이곳엔 지역협회(카나나스 프렌즈, 캔모어 트레일 얼라이언스)가 자전거 점프할 수 있는 평탄한 급경사 오르막 내리막 코스, 둑방 코스 등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았다.
카나나스키스에 브루스터스CC가 있다면 캔모어 노르딕센터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디스크 골프장이 있다. 다운타운에는 스크린골프장 등 다채로운 게임과 식음을 즐지는 캔모어 스포츠센터도 있다.
조지타운 트레일은 글라시에서 마을 평지쪽 아래에 만든 인공저수지 주변을 도는 것이다. 이 역시 캔모어 노르딕센터에서 출발하며, 보우 강 유역과 옛 광산 마을인 조지타운까지 이어지는 숲길 3.5km를 걷는다.
캔모어 다운타운의 인구는 밴프보다 많다. 많이 것들이 자유롭고, 물건값, 뮤지엄비용, 먹거리 가격도 합리적이다.
로키의 굿즈도 다채롭다. 캔모어 기념품 가게의 에코백 문구가 이채롭다. “I Can More.” 밴프, 레이크루이스, 재스로로 가면 색다른 감동이 있겠지만, 로키의 관문 캔모어에서 가능한(Can) 것들은 예상보다(More) 훨씬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