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여객기 대형 화재가 참사로…‘연료덤핑’ 장치 없어 [세상&]

29일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100명 넘게 사망 확인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인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한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인명구조를 하고 있다. [남도일보 제공]


[헤럴드경제=홍석희·박지영 기자] 181명의 승객을 태운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7C2216) 사고 사망자 대부분이 화재에 의한 사고로 파악되고 있다. 일각에선 비상착륙 시 대응 매뉴얼의 가장 기본 단계인 ‘항공유 덤핑’을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부분 비행기 사고가 날 경우 날개에 저장돼 있는 항공유에 불이 붙으며 피해가 커진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에서도 사망자 대부분은 화재에 의한 피해였다. 충돌 직후 거대한 비행기 전체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고, 꼬리부분에 탑승했던 2명의 승무원만이 겨우 목숨을 건졌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119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수색 작업하고 있다. [연합]


비상착륙 시 항공유에 화재 커진 듯


29일 제주항공 및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전 1시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사고가 난 시각은 이날 오전 9시께다. 사고 여객기는 B737-800 기종으로 사고 여객기에는 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 승무원 6명 등 모두 181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여객기는 무안공항에 동체 착륙을 하던 중 충분한 마찰력을 확보치 못하면서 약 2.8km 길이의 활주로를 벗어나 운행하던 중 공항 외벽과 비행기 기수 부분이 부딪치면서 폭발했다.

폭발 규모는 상당했고 이 때문에 충돌 직후 기체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고 여객기가 지상에 동체 착륙을 하는 상황을 보면 기수쪽 랜딩기어와 날개 아래 부분 랜딩기어 모두가 기체 외부로 빠져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 기체가 무안공항 활주로와 부딪치며 갈려 불꽃이 튀는 장면도 포착됐다. 관심 대목은 비행기 착륙 당시 충돌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솟구치면서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화재의 의한 ‘소사(燒死)’라는 점이다.

통상 항공기는 위급한 착륙이 필요한 경우 연료인 항공유를 대부분 비행 중 상공에서 뿌린 뒤에 착륙하게 된다. 이유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명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착륙 가능 중량’을 맞추기 위해 항공유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고 여객기의 경우 태국에서 출발해 대략 7시간여를 운항, 비행기에 주유된 연료 상당 부분을 소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항공기의 경우 비행 거리에 필요한 항공유보다 약 20% 가량을 더 싣고 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고기의 경우 착륙·충돌 직후 비교적 큰 화재가 발생했다. 날개 아래 저장됐던 잔여 항공유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연료 덤핑’을 하지 않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다수 생겼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소형 기종의 경우 날개에 장착돼 비상시 ‘연료 덤핑’을 가능케 하는 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기종은 부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 뒤 공항 벽면에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항공기가 착륙 전 무안 공항 접근 당시 오른쪽 엔진에서 이상 화염이 나오고 있는 모습 [독자제공. 연합]


엔진에 가해진 ‘버드스트라이크’가 유압계열 작동에 영향을 미쳐 연료를 버리는 작업이 불가능했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사고 영상을 보면 주날개 후미 상단부분에 부착돼 있는 제동을 위한 날개(스포일러)가 위로 들리지 않았다. 전방·후방 랜딩기어 역시 모두 정상 작동이 되지 않았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계기 다수가 정상 작동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착륙 영상을 보면 기수를 활주로에 밀착시켜 마찰력을 높이는 시도도 없었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폭발 방지를 위해서는 연료를 버려야 한다. 귀국편이어서 연료 소진을 거의 했을 것 같고, 폭발 규모로 봤을 때도 연료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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