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탑승객 181명을 태운 채 동체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사고 관련 뉴스가 송출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항공 교통량 세계 최대 국가인 미국에서도 만 건 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체 고장을 유발할 수 있는 조류 충돌 사건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1990~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야생동물이 민간 항공기에 충돌했다는 신고 건수는 1만9367건이다. 이 중 대부분인 1만8394건이 조류 충돌이다.
야생동물의 민간 항공기 충돌 건수는 1990년 2088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 1만7164건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본격화로 항공 운항이 축소된 2020(1만919건) 잠시 감소한 뒤 최근 3년새 2021년(1만5447건), 2022년(1만6973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야생동물 충돌로 인한 항공기 피해 건수는 709건이다. 하루에 2건 꼴로 야생동물로 인해 항공기가 손상되는 것이다. 1990년부터 지난해 사이엔 29건의 충돌 사고로 49명이 숨졌고, 야생동물 충돌에 따라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거나 손상된 항공기는 83대다. 지난해 충돌로 인한 항공기 피해는 전체 충돌 건수의 3.6%(약 697건)로 집계됐다.
이같은 충돌은 늘어난 항공 여행 수요에 맞물려 야생 동물들이 항공기에 익숙해지면서 증가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또 항공기 기술 발전으로 엔진 소음이 감소하고 출력이 높아질수록 동물들이 항공기를 감지하고 피해가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3~4개의 구형 엔진이 달린 여객기를 사용하던 민간 항공사에서 더 효율적이고 조용해진 2개 엔진 여객기로 교체하는 배경 역시 위험 분산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탑승자 155명이 모두 생존해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9년 1월 15일 US에어웨이스(기종 에어버스 320) 사고, 2019년 8월 15일 우랄항공(기종 에어버스 321) 사고,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항공(기종 보잉 737 맥스) 사고 등 3건이 구형엔진이라는 점을 들어 “2개의 엔진을 가진 항공기는 3∼4개의 엔진을 가진 항공기에 비해 취약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