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충돌 때문?’ 해외 전문가들 갸우뚱…“그걸로 이런 참사가 난다고?”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조류 충돌을 계기로 빚어졌다는 가설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류 충돌만으로는 이같은 참사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해외 항공 전문가들은 무안국제공항 사고 영상을 본 뒤 풀리지 않은 의문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 전문가이자 이탈리아 공군 아카데미의 전 교사인 그레고리 알레지는 “비행기는 왜 그렇게 빠르게 달렸나, 플랩(Flap, 날개에 장착된 보조 조종장치)은 왜 열리지 않았나, 랜딩기어는 왜 내려가지 않았나와 같은 많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며 “이 정도로 거대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조류 충돌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랜딩기어(바퀴 등 착륙에 필요한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이 조류 충돌 아니냐는 추정에 회의감을 보였다. 비행 안전 전문가이자 루프트한자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도 “랜딩기어가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조류 충돌로 인한 손상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고, 호주 항공 전문가 제프리 델 역시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는 일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의 편집자인 제프리 토머스도 “조류 충돌은 아주 자주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비행기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랜딩기어 고장과 조류 충돌이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다는 한국 국토교통부의 입장과 일치한다.

국내 전문가들도 해외 전문가들과 비슷한 의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KBS에 출연해 “랜딩 기어 작동은 조류 충돌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유압시스템에 의한 결함이 가장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이 둘 다 고장 났는지 하나만 고장 났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하나가 살아 있다고 했다면 유압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다른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유압시스템이 작동 안 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안 나온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조류 충돌만으로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기체결함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도 “단일 사고로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항공기 설계의 첫 번째 철학”이라며 “조류 충돌과 같은 물리적 충격으로 한쪽 엔진 유압펌프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엔진으로부터 랜딩기어에 동력이 공급된다. 이도 안되면 축압기라는 장치도 있는데 이 3가지가 모두 고장이 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류 충돌설에 무게를 싣는 전문가도 있다. BBC에 따르면 더그 드루리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 항공학과 교수는 올 여름 기고했던 글에서 “보잉 항공기에는 터보팬 엔진이 사용되는데, 이 엔진은 조류 충돌시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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