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기종과 같다고? 취소할게요!” 번지는 ‘비행 포비아’ [세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연말연시 여행 취소↑
시민 “사고난 비행 기종과 같아 불안감 크다”
비행기 아닌 다른 운송수단 타겠다는 이 늘어
제주항공, 수수료 면제…여행사, 대체편 마련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티켓 발권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박지영 기자] 무안 국제공항에서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시민 사이에서 ‘비행 포비아’가 퍼지고 있다. 연말·연초 여행을 고려했던 이들이 잇따라 계획을 취소하면서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에 대한 공포감은 극에 달했고, 제주항공 측은 전 노선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 상황이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 사이에서는 ‘비행 포비아’가 현실화한 상황이다. 시민 사이에서는 때아닌 ‘비행 기종’ 확인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는 1월 제주항공을 통해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오려고 계획했던 A(28) 씨는 “사고 난 여객기와 같은 기종의 제주항공을 타야 하는지 모르겠고 심란하다”라며 “패키지여행이라 가족과 다 같이 가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5) 씨는 “1월 초에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가려고 가족들과 준비 중이었는데 취소해야 할 것 같다”라며 “부모님이 이 시국에 여행을 가는 건 좀 아니라는 얘기도 했고, 사고 기종과 비행기가 같아서 너무 불안하다”라고 했다.

저가 항공사의 정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B 씨는 “저가 항공사 정비 품질이 걱정된다”라며 “이번 사고도 정비 결함이나 노후화된 장비 교체 시기를 놓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언급했다.

비행기가 아닌 다른 운송 수단을 이용하겠다는 이도 있었다. 직장인 박모(31) 씨는 “이번 사고를 보고 명절 때도 비행기가 아닌 KTX를 예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당분간 공항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주항공에서 국내·국제선 전 노선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한 만큼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여행상품을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 여행 카페 이용자 C 씨는 “연초에 제주항공으로 서울에 갈 예정이었는데 다른 항공사로 옮기려고 한다”라며 “제주항공 취소 방법 등을 소개하겠다”라며 제주항공 취소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공유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을 통해 여행을 계획했다던 D 씨는 “제주항공타고 제주도를 가는게 원래 제일 싸서 예매해 뒀는데 나눠 타거나 취소할 생각”이라며 “다른 항공사를 찾아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 안내판에 지연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제주항공은 개별 여행객을 대상으로 29일 이내 구매한 모든 항공권에 대해 무료 취소를 허용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여행사들은 대체 항공편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하나투어는 무안발 비엔티안 라오항공 탑승 상품을 인천으로 변경했다. 방콕발 제주항공 무안 도착 상품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을 이용해 인천, 대구, 부산 도착으로 전환했다.

무안국제공항이 내년 1월 5일까지 폐쇄됨에 따라 여행사들은 무안공항 이용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고 여파로 해외여행 취소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여행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무안공항 폐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최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라며 “여행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행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는 ‘나한테 발생할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나한테도 여객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라며 “자동차나 여타 운송수단은 소비자가 스스로 운전하기 때문에 ‘조종 가능하다’라는 마음이 있지만, 항공의 경우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기에 두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항공 이용을 위축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가능하면 다른 운송수단을 사용하거나 포기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