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공항 대부분 새 서식지…인천·김포·김해공항도 안전지대 아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9일 일어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꼽히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54분께 무안공항 활주로에 접근해 착륙을 시도했고, 무안공항 관제탑은 8시57분께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다. 사고기는 2분 후인 8시59분께 조난신호 ‘메이데이’를 보냈다.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 조류와 충돌이 있었던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2020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 주변엔 현경면·운남면, 무안·목포 해안, 무안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 3곳이 존재한다. 당시 두차례 조사에서 각각 1278마리와 1760마리 새가 확인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달 국립생태원 겨울 철새 총조사에서도 무안저수지에서 1792마리, 무안·목포해안에서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에서 1만2779마리의 철새가 집계됐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만이 유독 철새가 많은 곳에 자리한 것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아예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했다. 김포국제공항이나 김해국제공항도 철새 도래지 주변이긴 마찬가지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무안국제공항이 특별히 조류 충돌에 취약한 공항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조류 충돌은 어느 공항에서나 발생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는 “장애물이 없고 소음 피해가 덜한 지역을 고르다 보니 공항은 대부분 바닷가에 건설되고, 당연히 새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75명을 태우고 있었다. [연합]

우려되는 점은 국내 공항 전반에 조류 충돌 위험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국내 공항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 108건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2020년 76건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증가세다.

공항과 그 주변이 개발되면서 새들의 경로가 불확실해지고 기후변화로 철새가 텃새로 자리 잡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은 2020년 낸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관리 현황 및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조류 충돌 99%가 공항 반경 13㎞ 이내, 비행고도 2000피트 이하에서 발생한다”면서 “이를 고려한 조류 충돌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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