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블랙박스 모두 수거…조사엔 6개월~3년 걸려”

국토교통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4차 브리핑
사고 조사 “6개월~3년 소요 예상”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현장[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착륙사고 조사를 위한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가 모두 수거됐다. 정부는 해당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지만, 조사 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걸린다는 점에서 진상이 파악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내년 1월1일 오전5시까지 폐쇄된다.

국토교통부는 조류 경보 이후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못한 원인, 그리고 복행 과정에서 왜 정상적인 재착륙이 불가능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할 계획이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4차 브리핑에서 사건 경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토부 브리핑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관제탑의 ‘착륙 허가’가 내려진 건 오전 8시 54분이다. 이후 ‘조류 이동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의 경보가 8시 57분에 내려졌으며, 그로부터 2분 뒤인 59분에 조종사의 조난신호(메이데이) 요청이 들어왔다. 최종 충돌사고는 그로부터 4분 뒤인 9시3분에 발생했다.

국토부는 기체가 1차 착륙시도에 실패한 직접적 원인은 조류 충돌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류 충돌로 인해 1차 착륙시도 당시 조종의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며 “1차 복행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올라가다가 기체 이상이 있기 때문에 관제탑하고 협의해 완전히 복행해 반대방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긴급하게 (활주로가)짧은 쪽으로 허가받고 내려오다 사고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규명할 계획이다. 주 실장은 “사고 영상만 보면 랜딩기어가 안 내려온 걸로 보이지만 그 시점 등은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가 수거됐기 때문에 이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류 경보는 통상 관제탑에서 참고하라고 내려주는 조언”이라며 “이에 따라 조종사가 판단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랜딩기어가 고장나면 자동화 및 수동화 방법을 통해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왜 안 펴진 건지 원인조사는 FDR 분석을 통해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단 정부는 조류충돌로 인한 엔진의 고장이 직접적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부분은 없다”며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존 승무원으로부터 ‘세떼 충돌’등의 증언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공항에 어느 정도의 조류가 출현했는지 부분은 조사가 돼야할 거 같다”며 “지금 상황에서 파악하고 있는 구체적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전체적인 구조 사안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존 승무원 두 명은 기체의 꼬리 부분에서 구조된 게 맞느냐’는 질문에 “구조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파악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상업용 여객기는 조사기간이 짧아도 6개월,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 문제, 조종 절차 문제, 외부요인 문제 등 복합적 사고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규명하려면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됐고 부품이나 중요 장비같은 것들도 제작국의 기술의뢰 및 자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장기간 소요된다는 점을 양지해달라”고 했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에 충돌했다. 사진은 무안공항 인근에서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것으로, 소방 당국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한편 이날 오전 9시 7분께 발생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 추락 사고와 관련 오후 6시 기준 사망자 17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객실승무원 2명은 구조돼 서울이대병원(남 1명), 목포중앙병원(여 1명, 서울아산병원 이송예정)으로 이송됐다.

희생자들은 무안공항 내 설치된 임시 영안실 안치 중이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유가족과 협의해 외부 이송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무안공항 활주로는 내년 1월 1일 오전 5시까지 폐쇄된다. 사고원인은 항공사고조사관 8명과 항공안전감독관 9명 등이 사고현장에 도착해 초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 여객기를 조종한 기장은 2019년 3월부터 해당 직책을 맡아 비행시간 6823시간 정도의 경력이 있고, 부기장은 지난해 2월부터 직을 맡아 1650시간을 비행했다. 둘은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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