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접 원인 ‘랜딩기어도 못 내리고 착륙’…이유에 의문 집중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직접 원인은 랜딩 기어(바퀴)를 내리지 못하고 착륙한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문제는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착륙한 원인이 무엇이냐는 점인데, 전문가들은 양쪽 엔진 고장 등 상공에서 시간을 더 끌지 못하고 착륙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 57분께 1차 착륙 시도 중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를 받았다. 그리고 2분 뒤인 8시59분께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낸 뒤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복행(復行·고 어라운드)을 했는데, 180도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 활주로(19번)로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원래 활주로(01번)로 진입하는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또 비행기 기수(머리)가 들린 채로 활주로 초입이 아닌 중간부터 빠른 속도로 착지했다.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제동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기는 결국 속도를 줄이지 못해 활주로를 이탈했고 외벽과 충돌해 불길에 휩싸였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무안=연합)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를 수색하고 있다.(무안=연합)

전문가들은 조종사가 착륙을 위한 비행 고도를 더 높이거나 랜딩기어 수동 작동을 시도할 새도 없이 긴급하게 착륙할 수밖에 없는 위험이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승준 청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KBS 뉴스특보에 출연해 “랜딩기어가 작동을 안 한다면, 중력에 의해 랜딩기어를 하나하나 수동으로 내리고 착륙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바로 180도 돌아서 착륙했다는 것은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랜딩기어는 유압장치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데 엔진이 두 개가 다 죽었다면 아예 유압장치가 먹통이 돼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엔진 하나가 작동하고 있던 상황이라면 랜딩기어가 내려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했다는 것은 여러 차원에서 확인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엔진이 한쪽만 고장 나면 추가 운행이 가능하지만, 양쪽이 고장 나면 곧바로 착륙해야 한다”며 사고기가 활주로 정상 진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정 교수는 “보통 엔진 고장과 렌딩기어 작동은 별개지만, 양쪽 엔진이 둘 다 고장 나면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며 “수동 비상장치는 최소 1분 30초∼2분이 소요해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조류 충돌이 랜딩 기어 고장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둘 사이의 연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승준 교수 역시 KBS에 출연해 “랜딩 기어 작동은 조류 충돌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유압시스템에 의한 결함이 가장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이 둘 다 고장 났는지 하나만 고장 났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하나가 살아 있다고 했다면 유압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다른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유압시스템이 작동 안 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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