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올해 세계 최악 민간항공 사고”…추락원인 집중 보도

WP “2018년 인도네시아 189명 사망 사고후 최악 참사”
닛케이 “정치격변 와중에 발생…정부 위기관리 능력 추궁”
전문가 “사고기종 보잉 737-800 국제항공교통 중추…사고 놀랍다”


29일(한국시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대해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기사. [WP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세계 주요 외신들은 29일(한국시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해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대해 신속히 보도하면서 “올해 들어 최악의 민간 항공 사고”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신문들은 28일(현지시간) 온라인판 톱뉴스로 사고 발생 사실과 인명피해 상황, 추정되는 원인 등을 신속히 보도했다.

WP는 이번 여객기 사건을 “올해 가장 치명적인 비행기 추락 사고”라면서 “세계적으로도 6년 만에 일어난 가장 치명적인 항공 사고”라고 했다. NYT는 “거의 30년 만에 발생한 한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 참사”라며 “특히 한국에선 1990년대 이후 큰 항공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더 충격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항공안전재단에 따르면 이번 추락 사고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이며, 지난 8월 브라질에서 62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항공기 사고 정보 제공 업체 항공안전네트워크(ASN)는 이번 사고가 지난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소속 보잉 737맥스가 추락해 189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 이후 최악의 사고라고 했다.

외신, ‘랜딩기어’ 고장 등 사고 원인 집중 보도


2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비행기 추락 후 한국의 분노와 고통, 179명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 [NYT 캡처[


외신들은 사고 원인에 초점을 맞추며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고장을 지목했다.

호주 브리즈번에 있는 항공 컨설팅 회사 에이비에이션 프로젝트의 키스 톤킨 대표는 NYT에 “사고 영상을 검토한 결과 여객기의 착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랜딩기어가 비행기 하단부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으며 착륙하기 위해 필요한 날개의 플랩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가 본질적으로 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착륙 상황에서 평소보다 더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버드 스트라이크 만으론 이번 사고를 규명하기엔 충분치 않으며, 이 외의 요인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사고조사 책임자를 지낸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 구제티는 버드 스트라이크만으로 이런 치명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조종사들이 착륙 장치가 고장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의 분석가들은 사고기의 조종사가 지상의 승무원들이 랜딩 기어가 펼쳐지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공항을 지나 비행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항공사·항공기 모두 비행 조건 우수…“사고 당혹스럽다”


29일(한국시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대해 미 CNN 방송이 보도한 기사. [CNN 홈페이지 캡처]


항공 전문 기자인 제프리 토마스는 사고가 난 항공기와 항공사 모두 우수한 안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고 비행 조건이 매우 우수했음을 감안할 때 “매우 당혹스러운 사고”라고 논평했다.

긴급 뉴스로 사고 소식을 전한 미 CNN 방송은 사고기가 미국 보잉사의 보잉 737-800 기종이라고 소개했다. WSJ은 보잉 737-800에 대해 “보잉 737 맥스의 이전 모델로, 강력한 안전 기록을 갖고 있으며 상업용 항공기의 주력 기종”이라고 소개했다.

전 연방항공국(FAA) 조사관 데이비드 소우치는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에 대해 “대단한 (안전 운항) 기록을 가지고 있는 국제 항공 교통의 ‘중추’로, 전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다”며 “그래서 이 모델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내게는 극도로 놀랍다”고 말했다.

‘원인 규명 핵심’ 블랙박스 일부 손상…“해독 최소 한 달, 美에 맡겨야 할 수도”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


참사 원인 규명의 주요 단서로 지목되는 ‘블랙박스 해독 작업’이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의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철위 관계자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외형 그대로 수거됐는데 FDR은 일부 분리가 됐다”면서 “FDR 해독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약 FDR 훼손 정도가 심하다면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블랙박스 해독 작업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 NTSB는 이번 참사에 대한 한국 항공 당국의 조사를 돕기 위해 미국 조사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조사팀에는 참사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과 미 연방항공청(FAA)도 포함된다고 NTSB는 전했다.

“국정 혼란 사태서 발생한 참사 …최상목 대행체제 직후 발생”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대응을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한편 외신들은 이번 사고가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한국이 정치적 혼란을 겼는 상황에서 벌어진 최악의 사고라는 점도 부각했다.

WP는 “이번 사고는 한국이 잇따른 권력 이전(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탄핵소추 등을 의미)과, ‘누가 국가 최고위직을 책임지느냐’를 둘러싼 일시적 혼돈에 따른 정치적 격변 속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직무정지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총리에 대한 연쇄 탄핵소추를 거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업무를 맡은 직후 대형 항공사고에 직면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이번 사고가 윤 대통령 등의 탄핵소추가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일어났다면서 “한국에선 과거에도 정부의 위기 관리가 추궁당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난 29일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이번 사고가 윤 대통령 등의 탄핵소추가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일어났다면서 “한국은 이전 참사에서도 정부의 위기 관리를 추궁당하곤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과거 세월호 침몰사고와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고교생을 포함해 300여 명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작업이 뒷전으로 밀려나 국민이 박근혜 정권에 분노를 표출했다. 서울 이태원 참사는 경찰의 안전관리 소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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