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독지가 기증…육필원고 31편실려
“문학·예술·과학 인재양성에 영감줄것”
이광형 KAIST 총장이 무명의 독지가로부터 기증받은 윤동주 시인 시집의 초판본을 들어보이고 있다. [KAIST 제공] |
“윤동주 시인의 위대한 유산은 우리 학생들에게 더 큰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영감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KAIST는 앞으로도 문학과 예술, 과학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광형 KAIST 총장)
KAIST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 윤동주의 초판본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를 무명의 독지가로부터 기증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이 시집은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윤동주 시인의 순수한 서정성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에 기증한 초판본은 윤동주 시인의 친구인 정병욱 국문학자가 윤 시인에게 직접 받은 육필 원고의 시 31편이 수록된 1948년 판본이다. 이 초판본은 하마터면 세상의 빛을 못 볼 뻔했다.
윤동주 시인은 일본 유학을 떠나기 전인 1941년에 시집 원고를 친구 정병욱에게 맡겼다. 정병욱 학자는 학도병으로 징집되기 전 이를 광양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달했고 어머니는 기지를 발휘하여 항아리 속에 지푸라기와 함께 넣어 마루 밑에 보관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정병욱 학자는 원고를 정리하여 194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를 출판했으며, 이번에 기증된 것이 바로 그 초판본이다.
KAIST 미술관에 전시 예정인 윤동주 시인 시집 초판본 [KAIST 제공] |
윤동주 시인은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 삶 속에서 깊은 성찰과 고뇌를 특유의 감수성으로 엮어낸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그의 시는 일제강점기 조국 독립에 대한 열망과 함께 삶의 고난과 희망, 그리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탐구하며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한다.
기증된 초판본은 문학적,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큰 유산으로 KAIST 구성원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영감과 도전 정신을 심어주며, KAIST의 진취적인 철학을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기증은 KAIST가 강조하는 ‘과학, 인문, 예술의 융합’이라는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KAIST는 최근 개관한 미술관을 통해 학생들의 전공과 관계없이 일상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도록 격려해 왔다.
특히 문학과 예술, 과학이 서로 연결되고 융합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은 이러한 노력 중 하나로, 소중한 문학적 통찰을 제공하고 KAIST의 문화적 자산을 한층 풍성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형 총장은 “KAIST는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뿐만 아니라, 작년과 올해 무명의 독지가로부터 두 편의 피카소 작품도 기증받았다”면서 “이는 많은 사람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창의성이라는 공통가치를 공유한다는 KAIST의 철학에 공감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기증받은 초판본 시집은 내년 1월부터 KAIST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구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