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딴 88올림픽 하키 영웅…눈물나는 마지막 근황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고, 아들 취업했다고 같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하키팀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면서 국민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 올림픽 영웅은, 생의 마지막 순간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나 ‘영원한 국가대표’로 우리 곁에 남게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1월30일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박순자(58세)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밝혔다.

박 씨는 9월부터 두통으로 치료를 받던 와중에 11월21일 저녁 집 근처 수영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하였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박 씨는 생전 기증이 적어 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TV 방송을 본 후, ‘내가 죽게 된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가족들은 박 씨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보며, 생명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던 박 씨의 의지를 따르고자 뇌사장기기증에 동의해 심장과 폐장(다장기 동시 이식),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 4명의 생명을 살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경기도 평택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보이면 먼저 다가가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박 씨는 중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약하다 고등학교 때 여자하키로 전향해 19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하키팀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최근까지도 매주 등산을 다녔고,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도 즐겨 해 2024년 한강 철인3종경기와 서울평화마라톤 10㎞도 완주했다.

박 씨는 여자하키 국가대표 은퇴 후 생활가전 유지보수 팀장으로 근무했다. 퇴직을 준비하며 건강한 신체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매월 불우이웃 후원을 해왔으며 봉사와 나눔에도 꾸준한 활동을 했다.

박 씨의 아들 김태호 씨는 “엄마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해요. 엄마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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