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라이저 적절했나 규정 따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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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신혜원 기자] 정부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미국 교통 조사 당국과 합동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은 이날 오전 현장에서 수거된 음성 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으며, 이중 1개의 외관 손상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항공안전관리관을 급파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인 보잉B737-800기가 국내에서 101대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특별 점검도 실시한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세종 정부청사서 브리핑을 열어 “사망한 179명 전부 유해를 임시 안치소에 모셨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의 검시 등을 마쳐 시신 인도 준비가 끝났을 때 유가족에게 연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항공 사고기 탑승자 181명 중 생존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의 사망자에 대해 당국은 신원 확인과 유해 수습을 밤새 이어가고 있다.
상황반은 전날 현장에서 수거한 여객기의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이날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해 정보 추출 가능성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황반은 (블랙박스 외) 탑재용 항공일지 등 사고 증거 자료를 추가로 회수했다”며 “증거자료 분석 등 사고 조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황반은 이날 관제교신자료를 확인하고 관련 관제사와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블랙박스의 훼손 정도다. 사고 데이터를 어렵지 않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분석이 가능, 수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외벽 충돌과 화재 등의 여파로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면 NTSB에 분석을 의뢰해야 한다. 외부 협력이 필요할 시 결과를 알기까지 길게는 2~3년이 소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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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 개요도[국토부 제공] |
정부는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방위각 시설에 이어 담벼락에 부딪히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해당 규정도 살펴볼 예정이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다.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이런 방위각 시설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국내외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 실장은 “무안 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위각 시설은 임의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 규정이 있고, 이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재질이나 소재에 제한이 있는지,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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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현장에 대형 크레인이 동원되고 있다. [연합] |
아울러 국토부는 전날 사고가 발생한 B737-800 기종을 대상으로 전수 특별점검을 통해 안전성 강화를 강구할 방침이다. 이 기종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운용 중으로, 제주항공이 39대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수를 항공편에 투입하고 있다. 이어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동률을 비롯해 항공기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과 정비 등 기록 등에 따라 여러 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과 관련해 현재 건설이 추진 중인 신공항에 대한 관련 규정 강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상 조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규정이 있으며, 그 규정에 맞게 평가를 하고 있다”며 “신공항 사업에 대해서는 조류 충돌 문제는 보다 꼼꼼하게 살펴보고 전문가와 함께 보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