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충돌 경고 2분뒤 “메이데이”…동체착륙 10초후 충돌

8시54분 착륙허가→9시3분 추락까지 단 9분
관제탑 조류충돌 경고 후 기장 조난신호
복행 도중 반대방향으로 급박하게 동체착륙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충돌해 탑승자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항공기는 현지에서 출발이 늦어졌으나 대체적으로 순항하며 한국 영공에 진입했다. 하지만 착륙 직전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며 큰 사고로 이어졌다.

8시54분 착륙허가에서 59분 기장의 메이데이(조난신호) 요청, 그리고 9시3분 충돌 사고까지 불과 걸린 시간은 9분이었다. 현재까지 이뤄진 정부와 항공사, 공항 및 소방당국 등의 발표 결과를 토대로 이 여객기의 사고 직전 9분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3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 7C2216편은 당초 한국시각 29일 오전 1시30분 태국 방콕을 떠나 같은 날 오전 8시30분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착시간이 지연되어 착륙 시간은 오전 8시50분으로 미뤄졌다.

당시 무안공항의 날씨는 지상 10㎞ 상공에 구름이 조금 있을뿐 맑은 날씨였다. 비가 오거나 흐리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무안공항에는 남동풍이 초속 0.7m로 불고 있었다. 기상청은 “사실상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브리핑에 따르면 추락한 여객기는 랜딩(착륙)을 시도했다. 사고 직전 상황은 이렇게 추정된다. 폐쇄회로(CC)TV 등에 따르면 착륙을 준비하던 7C2216편은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버드스트라이크(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것)’를 당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항공기와 새가 부딪혀 연기가 발생했고, 이어 한쪽 엔진이 멈췄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새 떼와 충돌해서 항공기 조종에 어려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여객기가 무한공한 남쪽에서 활주로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새 떼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사고기의 경우 육안으로 관측될 만큼 무안공항과 인접한 상황이었다. 시민이 ‘X(구 트위터)’등에 올린 영상을 확인하면, ‘펑’ 소리가 나오고 오른쪽 엔진에서 불을 뿜는 모습이 지상에서 육안으로 확인이 될 정도였다. 해당 영상에는 항공기 오른쪽 엔진에 철새로 추정되는 물체가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고 여객기에 타고 있던 한 승객 A씨는 이날 오전 가족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하는 중’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상황은 손쓸 새도 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오전 8시54분 사고기에 착륙 허가를 내렸다. 곧 오전 8시57분께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다. 그리고 2분 후인 8시59분 사고기 기장은 ‘메이데이’를 요청했다. 메이데이(조난신호)란 무선 전송 원격 통신에서 쓰이는 국제적인 긴급 신호다. 통상 메이데이는 ‘통제 불능의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오는 ‘긴급한 신호’로 전해진다.

9시께 사고기는 정상 착륙 방향(남쪽에서 북쪽)인 01번 방향 활주로로 착륙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공항 상공을 선회했다. 기장은 첫 착륙을 포기한 채 관제탑과 교신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급박한 상황에서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이상으로 비행기 전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장은 관제탑과 기장은 큰 원을 그리며 한바퀴 복행하는 대신 기수를 180도 돌린 뒤 19활주로 방향, 즉 반대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문제는 착륙 당시 랜딩 기어(착륙 장치)가 전혀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장이 통제 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체 통제가 어려워지자 기장은 정상 랜딩을 포기하고 랜딩 기어 없이 몸통으로 착륙하는 ‘동체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체착륙은 최악의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비행기 기장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버드스트라이크와 랜딩기어 미작동을 아직은 직접적으로 연관지어 단정할 수는 없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고장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며 “랜딩기어가 고장나도 착륙 시에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9시3분께 사고기와 땅의 마찰열로 인해 검은 연기를 일으켰고, ‘쾅’ 소리를 내며 착륙했으나 속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타난다. 사고기는 활주로를 벗어난 채 1~2초 가량 공터를 가로질러 공항 ‘로컬라이저’(활주로 착륙 유도 안전 안테나 시설)벽과 충돌한 뒤 외벽 담벼락까지 충돌했다. 사고기는 폭발과 함께 거대한 불길에 뒤덮였고, 기체는 꼬리 부분만 남기고 완파됐다.

일부 파편은 공항 밖까지 흩어졌다. 사고 여객기가 충돌할 당시 속도는 시속 200㎞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줬고, 조종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공항에 배치돼 있던 소방 당국은 즉각 화재 진압에 돌입했다. 소방 당국은 9시46분께 초기 진화를 마쳤고, 오전 11시10분 부상자 2명을 구조했다.

소방청 등 구조 당국은 전날 오후 9시7분 기준 수색 11시간 만에 사망자 179명을 모두 수습했다. 구조대원들은 일몰 이후에도 헤드 랜턴을 착용하고,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사고 기체 꼬리날개 밑부분에 진입하는 등 사고 현장 주위를 오가며 수색을 진행했다. 구조에 투입된 인원은 1572명, 장비는 228대다.

국토부는 “활주로 01번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주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며 “그 당시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줘서 조종사가 수용하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담벼락과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용재·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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