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전투기도 두려운 ‘버드 스트라이크’

속도→충격에너지 전환…최대 30t
공군 항공기 새 쫓는 ‘배트조’ 운용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꼽힌다. 비행중인 항공기에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우주기술의 집약체이 최첨단 전투기에도 치명적이다.

공군 관계자는 30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항공기가 공중에서 조류와 충돌하면 속도에너지가 충격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상상 이상의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며 “속도와 조류의 크기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수t에서 수십t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월 독수리과로 추정되는 대형조류와 충돌하는 바람에 랜딩기어(착륙장치) 등 이상으로 활주로에 마찰을 줄이기 위한 특수거품을 뿌려 동체착륙에 성공한 공군 스텔스전투기 F-35A가 일례다.

당시 F-35A는 시속 900㎞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약 10㎏의 대형조류와 충돌했는데 30t가량의 물체와 부딪히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가 900g의 청둥오리와 충돌할 때 충격이 4.8t에 달한다는 평가도 있다.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가 비행 중 조류와 충돌하면 동체가 찌그러지거나 조종석 유리가 파손될 수 있다.

특히 조류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 엔진 손상은 물론 최악의 경우 엔진 정지로 인한 항공기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군에서도 버드 스크라이크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2022년 동체착륙한 F-35A는 훈련 비행 중 대형조류가 좌측 공기흡입구에 충돌해 기체 격벽을 뚫고 무장적재실까지 들어가 내부 랜딩기어 작동 유압도관과 전원공급 배선 등을 파손해 조종·항법계통 성능 저하와 착륙장치 고장 등 동시다발적 결함을 야기했다.

지난 2021년 6월에는 KF-16 전투기가 이륙에 앞서 지상활주 중 공기흡입구로 조류가 유입돼 엔진 손상과 화염 발생으로 조종사가 비상탈출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016년 6월에는 F-5E 전투기가 엔진 부위 조류충돌로 비상착륙하기도 했다.

공군은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모든 기지에서 새를 쫓는 임무를 수행하는 ‘배트조’(BAT, Bird Alert Team)를 운용중이다.

맹금류인 매의 울음소리와 LP가스를 폭발시켜 폭발음을 내는 폭음경보기를 틀거나 공포탄을 쏘기도 한다.

정밀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서도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전날 오전 8시54분께 제주항공 7C2216편 착륙을 허가하고 대규모 새떼나 대형조류가 포착됐을 때 내리는 ‘조류활동(충돌) 경고’를 보냈는데, 사고기 기장은 5분 가량 지난 8시59분께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한편 군은 사고 발생 직후 재단대책본부를 가동한 가운데 소방청과 협조 아래 장병 340여명과 소방차, 앰뷸런스 등 장비와 물자를 지원했으며 추가 병력과 장비, 물자 등 가용 자원을 지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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