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권한이자 의무”

헌법학자 100여명 모임 “임명 해태나 거부는 위헌”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주재 재판관 회의가 예정된 3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모습. 6명의 헌법재판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의 절차와 방식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권 임명을 게을리 하거나 거부하는 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공동대표 김선택·이헌환·전광석, 이하 헌법학자회의)는 30일 성명을 내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권한이자 그와 동시에 헌법상 의무”라며 “누가 맡든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 선출 재판관을 임명해야만 하고 이를 해태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111조 2·3항은 9인의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헌법학자회의는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하는 재판관과는 달리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며 “따라서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충분히 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고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제66조 제2항)가 있으며 헌법의 준수를 국민 앞에 선서(헌법 제69조)한다”며 “퇴임한 재판관의 후임자를 임명해 헌법재판소를 정상화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상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률안 거부권에 대해선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내용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이 필요하므로 권한대행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국회 선출 재판관의 임명은 형식적인 권한”이라며 “두 권한은 서로 성격이 다르고 비대칭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국회 선출 재판관의 임명을 요청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헌법학자회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용어가 사용됨에 따라, 부총리에 의한 권한대행 체제에 관한 오해가 커지고 있다”라며 “헌법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일 뿐, ‘국무총리에 의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학자회의는 “국무총리가 맡든, 그 차순위인 부총리가 맡든, 모두 엄연한 ‘대통령 권한대행’이므로, 권한대행인 부총리가 권한대행인 국무총리에 비하여 그 권한을 더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한대행인 부총리는 권한대행인 국무총리와 동일하게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에 따라 상황에 맞게 행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헌법학자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초래된 헌정 위기를 맞아 헌정질서 회복과 헌법적 현안에 대해 올바른 논의와 대응 방안 등 제시를 목적으로 그 뜻에 공감하는 헌법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임시단체다. 지난 25일 발족 이후 현재까지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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