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심각 시 NTSB에 분석 의뢰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최악의 항공기 추락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블랙박스가 오늘 개봉될 예정이다. 정부가 차린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은 30일 오전 현장에서 수거된 음성 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고 당시 항공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밝히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30일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7C2216편이 착륙하면서 충돌해 탑승자 179명이 사망한 국제무안공항의 현장조사단은 이날 오전 9시 블랙박스를 포함한 현장 증거자료를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할 예정이다. 이송 뒤에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블랙박스를 보고 정보를 추출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FDR은 항공기의 3차원적인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별 작동상태를 디지털, 자기 또는 수치신호로 기록하는 장치다. CVR은 조종석 내에서 기장과 부기장 등 승무원간의 대화, 관제탑과 승무원 간의 교신 내용, 항공기 작동 상태 소리 및 경고음 등이 모두 녹음돼 있다. 이 장치는 대부분 착륙 사고를 대비해 비행기 끝단에 설치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최악의 사고 시에도 수거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 두 블랙박스를 분석하면 사고 당시 기장과 부기장이 어떤 판단 아래 동체착륙을 시도했는지, 랜딩기어는 왜 내려오지 못했는지 등 당시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의 정도와 정확한 시기도 알 수 있다.
문제는 블랙박스의 훼손 정도다. 사고 데이터를 어렵지 않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수개월이면 되겠지만 외벽 충돌과 화재 등의 여파로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에 보내서 분석을 의뢰해야 해 결과를 알기까지 길게는 2~3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전날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복행을 하려면) 길게 돌아야하는데 짧은 쪽으로 돌아서 19방향으로 들어왔다”며 “조종사와 관제사 판단 어찌했는지는 정확한 자료를 보고 판단해봐야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데 (긴박한 상황에서) 최종 판단은 조종사가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사고난 항공기는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181명을 태우고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오던 중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활주로에서 멈추지 못하는 ‘오버런’이 발생해 외벽에 충돌했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각에선 착륙 각도가 너무 낮아 동체착륙 했음에도 속도가 줄어들기 쉽지 않았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랜딩기어 작동과 관련된 부분이 새 떼 충돌 때문인지,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는지, 착륙 지점(은 언제인지) 등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