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각종 대책에도 전거래일 종가보다 7.5원 오른 1475원 시작
앞으로도 고환율 계속…한은 외자운용원 “2025년은 달러 강세”
원/달러 환율이 7.5원 오른 1,475.0원으로 개장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비상 계엄 사태가 일단락 된 이후에도 정치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수장들은 입을 모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겠다고 했지만, 사상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까지 이뤄지면서 원화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외환당국은 이에 5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RP)를 추가 매입하는 등 변동성 억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강조하며 시장 다독이기에 나섰다.
다만, 고환율 상황이 언제 끝날진 미지수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미국의 달러 강세까지 환율 상황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은행은 달러가 당분간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1467.50원) 대비 7.5원 오른 1475.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시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약 15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에도 환율은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1470원대에서 움직였다.
금융위기 이후 전례가 없는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환율은 전 거래일에도 1480원을 넘어서는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27일 원/달러 환율은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1470원과 1480원을 차례로 뛰어넘으며 오전 11시 34분께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고다.
환율은 정치적 사건을 기폭제로 이번달 들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환율은 지난 3일 오후까지 1400원 선 부근에서 등락하다가, 3일 밤 야간 거래에서 급등해 장중 한 때 1442.0원까지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환율은 141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9일 다시 143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며 불확실성이 증폭된 탓이다.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나 환율은 안정되지 못하고 1430원대에서 움직였다.
지난 19일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까지 가세하면서 상승세를 키웠다. 당시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그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으로 집계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환율 상황에 치명상을 입힌 건 또 다시 정치였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 대상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환율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튀면서 외환당국은 방어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정치가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국정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고,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며 “국내 정치상황이 조속히 안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유동성 공급 작업도 이뤄졌다. 한은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27일 5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RP)을 추가 매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4일 계엄 사태 이후 30일까지 공급된 총 단기유동성은 38조6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환율 상황이 언제 안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미국 달러 강세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이날 ‘2025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중 미 달러화는 관세·이민·감세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정체(또는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