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Willow)’는 신약개발을 비롯한 바이오 연구개발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합성생물학 등 첨단기술이 융합되면서 바이오산업은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크게 창출하고 있다. 이런 기술혁신의 속도와 복잡성을 감안할 때 개별 연구기관이나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기 어려워 국가적 차원의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다학제적 지식과 장기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출연연의 역할에 대해 제안한다.
첫째, 출연연은 각각의 첨단기술 분야에서 보유한 강점을 갖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오분야 출연연이 양자컴퓨팅 연구소와 협력해 약물 설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AI 기술을 보유한 출연연이 데이터 분석에 참여한다면 연구의 속도와 정확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더 나아가 출연연 간 협력은 공동 프로젝트와 자원 공유를 통해 국가 연구역량을 결집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해 협력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장기적인 연구 목표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는 결국 인재에 달려 있다. 출연연과 대학이 협력한다면 인재와 기술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출연연은 대학과 협력해 신진연구자에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예 : 박사후 연구원(post-doc) 제도, 학생 인턴십, 학·연 공동연구)을 제공하여 인재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학문적 성과창출은 물론 바이오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셋째, 혁신적인 연구는 산업분야에서 빛을 발해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출연연은 기업과 협력을 통해 연구성과가 산업화로 이어지는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 출연연은 중소기업의 기술적 장벽 해결은 물론 대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같이 발굴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기반이 될 것이다.
넷째, 글로벌 기술 보호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제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출연연은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협력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글로벌 허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우방국과의 공동연구 프로젝트, 기술표준화 작업,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등은 출연연이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국제적 규제와 인증 표준을 주도한다면 대한민국은 기술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책 형성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혁신기술이 시장에 신속히 도입되려면 규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출연연은 규제기관과 기업 간의 간극을 메우는 규제 혁신 테스트베드로 기능해야 한다. 신약개발, 의료기기 상용화 등에서 기술 검증과 안전성 평가 등을 제공해 규제기관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규제는 단순히 기술 개발의 장애물이 아니라 혁신과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연연은 대한민국 바이오 정책의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 바이오 미래기술 예측, 경쟁력 분석, 바이오 정책수립 지원을 통해 국가바이오 전략 개발을 뒷받침하고 정부, 대학, 기업의 수요를 종합하여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성공은 출연연의 협력과 혁신에 달려 있다. 출연연이 기술, 시장, 정책을 연결하는 혁신의 중심에 서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출연연이 선봉에 설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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