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하니 일도 즐기게 돼” 보험사 직원이 ‘부캐 부자’ 된 사연

유원준 한화손보 계리사 인터뷰
13년째 마술사 더해 무용·작곡까지
예술로 얻은 창의성 업무에도 적용
유연성 더해진 조직문화 큰 도움


유원준 한화손해보험 계리사가 카드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제공]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부캐(부가적 캐릭터)’로 자신을 탐구하다 보면, 본캐(본래 캐릭터)도 성장하죠.”

보험사 계리사라고 하면 흔히 숫자와 씨름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의 유원준 대리는 그 고정관념을 완벽히 깨뜨린다. 보험 상품 개발과 손익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그는 마술과 무용, 작곡 등 다양한 취미를 섭렵하며 ‘다재다능 부캐 부자’로 불린다.

유 대리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 바깥 영역에서 찾은 즐거움이 아이러니하게 ‘프로다움’을 만든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한 유 대리는 2016년부터 계리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2018년 한화손보에 합류한 이유도 명확했다.

그는 “계리사 직무를 확실히 보장하면서, 제가 원하는 다양한 업무 기회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며 “한화손보 상품개발부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마술사 부캐’, 시작은 부산에서


유 대리가 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시절 방문했던 부산 국제 매직 페스티벌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본 마술이 멋있어서 시작하게 됐다”며 “벌써 13년째 마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화손보 입사 이듬해인 2019년 처음 대회에 나섰고 2020년 알렉산더 마술대회 3위, 2021년 아시아마술 챔피언십(FISM ACM) 한국대표에 이어 2022년 부산 국제 매직 페스티벌(BIMF)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 대리에게 마술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다. 스테이지 마술(마술사가 신체 전신을 활용하는 무대 마술 장르)을 연습하면서 ‘움직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재즈댄스 학원에 등록해 무용까지 배우기 시작했다.

유 대리는 “현재도 신촌의 한 무용 학원에서 꾸준히 수업을 듣고 있다”며 “무용은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취미를 갖고 지속적으로 연마하는 과정은 저만의 장르를 만들어가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아노와 기타 연주에 능숙해 작곡 작업도 즐긴다. 유 대리는 “취미를 통해 만들어진 곡은 그만의 또 다른 성취”라며 “나만 아니면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연한 조직문화와 워라밸의 힘


입사 초기와 비교해 유연성이 더해진 조직문화도 도움이 됐다. 유 대리는 “출퇴근 시간 자율화, PC 오프제 같은 제도가 생기면서 전반적으로 조직문화가 훨씬 유연해졌다”며 “최근엔 회사가 직원들이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업무 효율성과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묻자 유 대리는 “개인적으로는 업무를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생겼다”며 예술 분야의 취미에서 얻은 세밀함과 창의성을 다양한 업무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클래식 동호회에 가입한 주변 동료들도 송년 콘서트 등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이런 활동이 회사 생활을 더 즐겁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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