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적에게 자비는 없다’ 교재 논란…국방부 “계엄 의도는 없다”

교재, 10월 작성·11월 25일 전군에 배포
“12월까지 재량껏 교육…지금도 교육 중”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31일 지난달 25일 배포된 ‘적에게 자비는 없다’ 교재와 관련해 “각 부대에서 지금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비상계엄과)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지난 5일 비상계엄 사태 뒤 처음으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적에게 자비는 없다’는 제목의 장병 정신교육 교재가 12·3 비상계엄 선포 8일 전인 11월 25일 전군에 배포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해당 자료는 올 10월부터 제작돼 11월 25일 하달이 됐고 12월까지 각급 부대에 가용한 여건 하에서 지휘관이 기간을 염출해서 재량껏 교육하도록 하달 된 것”이라며 “각 부대에서 지금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적에게 자비는 없다’란 제목의 교재는 자비 없이 응징할 적으로 김정은 독재정권과 북한군, 반국가 세력을 꼽았다.

교재는 ‘반국가 세력’이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며 “남한 내부에서 암약하는 종북 이적단체 등 반국가 세력의 실체와 그들 주장의 허구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 자료에는 ‘적에게 자비는 없다, 응징만 있을 뿐이다’ 등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장관 취임 후 첫 야전부대 방문 일정으로 해병 제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 등이 반영됐다.

때문에 지금까지 수사결과 드러난 것처럼 김 전 장관이 작성한 계엄령 포고문과 같은 맥락의 교육 자료가 배포된 것을 두고 계엄 계획을 사전에 인지한 당국자가 더 있었거나 계엄을 위해 미리 교육 교재를 하달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긴급 담화에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한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전문에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전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군이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들을 사용해서 장병 정신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게 ‘누구의 어록이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휘관 정신교육 자료는 연중 지속 예하부대에 전파되고 있고, 계엄 전에 이 내용을 완전히 교육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12월 또 필요하면 그 이후에도 각급 부대에서 교육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자료는 북한군과 북한 정권 또는 3대 세습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그것(반국가 세력)은 24~25페이지 분량 중 한 페이지, 그것도 정신교육 기본교재 내용이 담겨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전에 교육 돼야 된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지시가 내려간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김 전 장관의 의도를 말씀드리는 건 아니지만 교육 자료의 내용과 내려간 시기, 지침을 보면 굳이 연관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