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R 자료추출 작업 착수…FDR 기술검토중
콘크리트 둔덕, 무안공항 준공 당시부터 설치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세종 정부청사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응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국토부 제공] |
[헤럴드경제=신혜원·홍승희 기자]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와 관련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앞서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규정을 재확인하겠다”고 전했다.
또다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엔진 고장과 관련해선 엔진이 모두 고장날 경우 유압 계통을 통해 랜딩기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전했다.
국토부는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진행한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사조위 사고조사관 11명과 미국 합동조사 인원 8명이 무안공항에 도착해 사고 현장을 확인 중”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부터 사조위와 미국 연방항공청·교통안전위원회(NTSB)·제작사 보잉 측 관계자의 합동조사가 시작됐다. 국토부는 “사고기 블랙박스 음성기록장치(CVR) 자료 추출 작업에 착수했으며, 커넥터가 손상된 비행기록장치(FDR)의 기술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안국제공항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 사고 원인과 관련해 ‘2m 높이 콘크리트 둔덕’, ‘유압계통 이상’,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등 여러 해석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참사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2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의 규정 위반 여부 논란에 대해선 입장이 달라졌다. 이날 오전 6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밝혔지만,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관리 기준에 따른 종단안전구역 범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규정을 재확인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토부는 당초 콘크리트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을 벗어나 설치돼 있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관리 기준 21·22조는 정밀접근활주로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하고 종단안전구역 내 설치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콘크리트 둔덕이 종단안전구역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잇따르자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김홍락 공항정책관은 “(콘크리트 둔덕시설은) 지지대로 봐야하고 로컬라이저는 안테나 시설로 봐야한다”며 “공항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으니 재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판단해서 콘크리트 지지대를 받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정에 관한 해석이 지금 어떻게 돼야 하는지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건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확인하고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콘크리트 둔덕은 무안공항 설계 당시부터 설치됐고, 지난해 개량을 통해 상판 콘크리트를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주 실장은 “최초에 준공됐을 때도 둔덕 형태의 시멘트 지지대가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로 설치돼 있었다”며 “당시에는 분리된 형태의 말뚝 콘크리트 형태였는데 안전성 보강을 위해 지난해 상부에 30cm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을 설치해 보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 실장은 또 “둔덕과 관련해 구조물이 피해를 더 키웠는지 여부는 사조위에서 여러 사고 원인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공항 상황을 봤을 때 구조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외벽이 바로 뒤에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어느정도 발생했을지는 시나리오상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분야가 사고의 원인이다 이렇게 집중되는 건 현 단계에서 유의하면서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진 고장이 랜딩기어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도 바뀌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양쪽 엔진 고장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엔진이 고장나면 유압계통에 이상이 생겨 랜딩기어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만약 모든 게 고장났다면 수동으로 할 수 있는 레버가 있긴하지만 전부 추정”이라며 “조종석에서 어떤 상황에서 레버가 작동했는지 안했는지 이런 상황들은 정확히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결론 내려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엔진 고장이 랜딩 기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무안 여객기 참사 사망자 179명 중 174명 신원확인이 완료됐고, 5명은 DNA 분석 중이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내년 1월 7일 오전 5시까지 폐쇄될 예정이고, 소방과 군, 경찰이 합동으로 현장 주변 파편 정밀수색을 지속하고 있다. 사고 항공기와 동일기종인 보잉 737-800 101대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 1대 1 매칭, 통합심리지원단 운영, 24시간 현장진료소 운영, LED 전광판 안내 등을 지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