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편의점도 조용…‘페스티벌’ 표현도 자제
홈쇼핑 여행상품 중단…새해 카운트다운 취소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정부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으며, 무안국제공항 현장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연말연시 특수를 기다리던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대형 참사 뒤에 급격히 위축된 소비심리 때문이다. 내달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면서 연말연시 행사와 마케팅도 자제하기로 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들은 연말연시 마케팅과 이벤트, 판촉행사 등을 취소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시기에 각종 마케팅과 행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대형 참사 이후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되자 최대한 자중하자는 분위기로 전환했다. 애초 12월과 1월은 송년회와 각종 모임 등으로 대대적 판촉행사가 진행되는 시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애도기간 중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포함한 온라인 마케팅을 지양하고, 조용히 지나가자고 내부 방침을 세웠다”며 “2022년 이태원 참사 때도 애도기간 중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새해를 맞아 기획했던 대규모 할인행사는 그대로 하지만, 이와 관련한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행사’, ‘페스티벌’ 등 국가애도기간에 맞지 않는 표현도 걸러내기로 했다. 파티 관련 마케팅 활동이나 들뜬 분위기의 행사도 진행하지 않는다.
홈쇼핑은 여행상품 방송을 중단하고 있다. 참사를 연상시킬 수 있어 더 조심스럽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당일 관련 보도가 오전 10시쯤 나오면서 업계에 공유가 이뤄졌고, 정오부터 여행상품 방송을 취소하고 대체 편성을 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상부 랜턴부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백색 조명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 |
롯데물산은 이날 자정에 열기로 했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서울 중구청 주관으로 준비한 명동 본점의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 축제를 취소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 역시 이날 예정된 불꽃놀이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물산은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내달 4일까지 롯데월드타워에 애도 조명을 점등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이태원 참사 때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자 상부 랜턴부에 백색 조명을 켠 바 있다.
관련 업계는 계엄 사태에 이어 이번 참사로 매출 부진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터진 2014년 4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0.7%로 전월(2.2%) 대비 급락했다.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1월(-2.3%)과 12월(-3.1%)에도 소비 침체를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연시 마케팅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시기에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어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영향이 언제까지 갈지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