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해에 하늘로 오르지 못한 이무기가 심술을 부린 탓일까. 푸른 청룡의 해라며 들떴던 갑진년은 막달인 12월들어 한국 대통령의 자위(셀프)쿠데타같은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소추안 발의로 어수선해져버렸다.
궂은 일인 ‘화(禍’는 겹으로 온다더니 해바뀜을 사흘 남기고 돌연 최악의 항공기 참사가 발생, 179명의 생명이 산화하는 극한의 비극까지 덮쳤다. 그리하여 지금 대한민국은 연중 가장 들떠 있던 12월에 하염없이 가라앉아가고 있다.
어찌 그곳, 한국 뿐이겠는가. 고국의 5천만 국민과 함께 750만 해외동포의 가슴도 멍들고 타들어간다. 누구의 말마따나 한국과 한국인이 아프다. 하루 빨리 시국을 안정시키고 사태를 수습하려면 진행 중이던 절차를 거침없이 몰고가야한다.
이리 보고 저리 재는 좌고우면의 시간은 없다. 검찰이 발표한 대로 내란의 증거가 차고 넘치는 만큼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던 미치광이같은 자를 끌어내려야 한다. 단지 불운이고 비운이었을 뿐인 여로의 끝에서 희생된 제주항공 참사의 영령들이 부디 영면하도록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애도하고 유가족을 보듬어야 한다.
어차피 상처는 깊게 파였다. 흐르는 피를 닦고 찢어진 생살이 썩지 않도록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그래야 한다. 상흔은 남을 지언정 아물어야 치유도 가능하다. 일상이 복원되려면 우물쭈물하면 안된다.
저물어가는 해는 망설임이 없다.몇시간만에 다시 떠오를 터이니 미적거릴 일이 없으리라.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아는 법칙이고 이치다. 그게 일상이다. 지는 해는 지거라.
<글=황덕준기자/사진=이경준 기자·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