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단위 넘어 분기 레벨까지 상당 상방압력
연말 종가 기준으론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
비상계엄, 탄핵 여파 등으로 인한 고환율 상황이 길어지면서 일일 단위 환율을 넘어 분기 단위 환율까지 크게 치솟고 있다. 이미 4분기 평균 환율 수준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3분기 1350원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4분기 정치 리스크 영향으로 평균 1400원선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상계엄과 연이어 터진 계엄 여파로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일일 단위 충격으로 끝나지 않고 분기 단위 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올해 마지막 주간거래종가는 연간 종가 기준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일일 종가 기준) 평균은 1398.75원으로 기록됐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 보다 더 높았을 때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1596.88원) 정도다.
분기 평균 환율은 올해 1분기 1329.4원에서 2분기 1371.24원으로 올랐다가 3분기 1358.35원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4분기에 오름세를 급격하게 키우면서 1400원 부근까지 반등했다.
이달 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 불안이 확산하면서 원화가 약세를 나타낸 영향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한 요인이 됐다.
올해 마지막 주간거래 종가(1472.5원)는 연간 종가 기준으로 1997년(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야간거래 종가(새벽 2시 기준)도 별다른 안정 없이 1472.3원으로 마감됐다. 고가는 1475.0원이었다.
서울외국환중개가 고시하는 매매기준율 기준도 1400원 턱밑까지 올랐다. 매매기준율은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해 거래된 미국 달러의 현물환 거래량을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시장평균환율을 말한다. 기업 재무제표 작성 시 환율 기준이 된다.
지난 30일까지 4분기 매매기준율 평균은 1395.64원을 기록했다. 2009년 1분기(1415.2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연말 기업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준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달러 표시 자산과 부채에 반영되고,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은 환율 상승이 오히려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환율 상승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이나 건설 업종은 환율 상승이 비용 압력을 높여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