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인력 미충원율 15%, 전산업 두배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
미충원 사유 “근로조건 기대 미달”
작업물량 늘어도 기술인력 감소세
학교 과명서 ‘조선’ 제외 사례 속출



장기 불황 터널을 지난 국내 조선업계가 유례 없는 초호황기를 맞았지만, 고질적인 구인난 문제는 여전한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조선업계의 미충원율은 두자릿수로, 전 산업 평균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직업계 고등학생 등 현장직부터 기술연수생, 석·박사급 연구직까지 조선 업계가 전 연령에 걸친 ‘인재난’에 시름하고 있다. 10년 만의 슈퍼사이클을 맞아 대형 조선사들엔 일감이 쌓였는데 정작 인력이 없어 소화하기 벅찬 상태다. 조선사들은 서둘러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숙련 인재 양성 체계가 끊긴 상태라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울산·전남 순 구인비중 高=31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조선·해양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최근 발간한 ‘2024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선 업종의 미충원율은 14.7%에 달했다. 전산업 평균(8.3%)의 두배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속적인 외국인 인력 유입에도 공급 제약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인력 미충원의 주된 사유는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42.4%)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27.1%) ▷다른사업체와의 격심한 인력유치 경쟁 때문(15.3%)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 9월 기준 조선분야 피보험자 수는 11만6072명(사업체 6418곳)으로 전년(10만8434명·사업체 6239곳) 대비 7638명 늘었다. 최근 국내 조선소들의 고부가가치선 수주 물량이 늘며 피보험자 수는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이어진 산업 구조조정 여파에 인력 수요 대비 공급은 여전히 역부족 상태다.

지역별로는 경남(40.4%), 울산(37.4%), 전남(16.8%) 순으로 구인인원 비중이 높았다. 직무 수준별로 보면 ‘고졸 수준의 업무’, ‘1년 미만의 현장경력’을 필요로 하는 구인인원 비중이 41.4%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전문대졸 수준의 업무’, ‘1년~2년 미만의 현장경력’을 필요로 하는 구인 인원 비중이 22.8%에 달했다.

▶규모 작을수록 부족비중 높아=해당 보고서에서 인용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조선분야 산업기술인력은 5만8042명으로 전년(5만8225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현원 대비 부족인원(부족률)은 1.3% 수준으로 연간 700~800명 정도가 모자란 셈이다. 조선분야 산업인력은 작업물량 증가에도 불구, 채용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지역별, 업체 규모별로 봤을때 인력 부족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선 지역별 산업기술인력의 부족 현황을 보면 절대적인 인력 규모로 전남 지역이 432명으로 가장 높고, 2022년 현원에 대한 부족률에서도 전남 지역이 5.5%로 조선업 전체 평균 이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울산지역 부족률은 0.6%(179명)에 그쳤다.

업체 규모별로 살펴보면 10~29인 규모의 중소업체에서의 부족 비중이 6.3%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다음 30~99인 규모에서 2.0%로 나타났다. 반면에 500인 이상의 대형업체의 부족률은 1% 미만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중견, 중소기업에 비해 인력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5년만에 관련과 수 절반으로 ‘뚝’=이런 가운데 한때 조선계열 특성화고였던 목포공업고등학교 조선기계과는 지난해 사라졌다. 10여 년 전에는 입학 경쟁률이 3대 1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마지막 모집 당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존폐 기로에 놓인 조선기계과에 “취업률이 낮고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본 교육청 판단이었다. 목포공고 관계자는 “백방으로 신입생을 찾아봤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특성화·마이스터고 조선·해양 전공학과는 전국에 총 7개다. 2019년만 해도 15개였던 학과가 절반 가까이 사라진 것이다. 이듬해인 2020년엔 여기에서 3곳이, 2021년엔 무려 7곳이 또 폐과했다. 청년층의 조선업 기피 현상으로 직업계 학교들이 조선 관련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한 영향이다.

인력난이 심화한 지금은 조선 업체들 처지가 아쉬워졌다. 당장 목포공고 인근 HD현대삼호가 매년 30명 규모로 고졸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다른 업체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하반기 채용에 이어 내년까지 고졸을 포함한 현장직을 뽑을 계획이다. 최근 한 중견조선사는 무상교육에 훈련수당 매월 130만원, 근속장려금 220만원까지 지원하는 기술연수생 모집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금은 낮고 안정성은 떨어진다는 인식에 청년층 숙련공이 점점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 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조선 인재를 양성해온 고등·대학교 학과들은 잇따라 폐과되거나, 학과명에서 ‘조선’이 빠지고 커리큘럼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목포중앙고는 조선산업과를 ‘스마트설비과’로 바꿨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전국 전문대에 설치된 조선 관련 학과는 올해 7곳으로, 2016년 17곳에서 대폭 줄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전국에 52개 학과가 있으나 용접 등 필수 기술 교육은 줄이는 추세다. 조선·해양 인적자원개발위원회 관계자는 “자율운항에 초점을 맞춰 이공계 교육과 융복합해 전통적인 설계 중심 교육에선 벗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조선 관련 학과를 졸업하더라도 정작 업계에 시급한 생산 인력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30~99인 규모 중소업체 박사인력 ‘0명’=현장에선 젊은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 고용인력의 연령구조를 보면, 대체로 40대 연령층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부산 지역에선 20대 이하 인력 비중이 5.6%에 그치고, 50대 비중이 28.6%에 달하는 등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노령화가 심각하다. 중소업체일수록 구인난은 더 심하다. 영세업체는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가족, 친인척과 겨우 꾸려가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웬만한 중소형 조선사도 석박사 인재를 데려올 여건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중소업체는 기술력 확보나 신사업 확장을 이끌 인력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업체규모별 고용 현황에 따르면 중소업체(10인~299인)는 고졸 학력의 비중이 80% 내외였다. 특히 30~99인 규모의 중소업체 중에서 박사급 인력은 0명이었다.

인력 부족과 경쟁력 약화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기 어려운 악순환으로 흘러가고 있다. 친환경 연료 추진선 등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는커녕, 현재의 사업구조만 겨우 이어가는 수준이란 설명이다. 박재현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박사는 “중소형 업체의 경우 연구개발 인프라 등을 갖추지 못해 인건비와 별개로 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은결·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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